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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02.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3. 내 행복은 내가 지키는 것

새벽에 일어나서 뭘 하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

많은 것들을 하진 않는다. 유산균을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천천히 즐기다가 출근 준비하면 끝이다.


별거 아닌듯한 일상의 시작이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만의 잉여시간을 보내는 게 나의 리추얼이다. 느긋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팔다리를 위아래로 찢어내며 찌뿌둥한 몸을 풀고, 좋아하는 오트밀요거트에 아코디언감자를 쪄내서 야채주스와 먹다 보면, 도파민이 자동분비된다.


바로 이거지!


산해진미에 질린 일본장군이 ‘타쿠앙(일본의 단무지)’을 먹고 입맛이 돌아왔던 것처럼, 사람에게 어떤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단순한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에겐 아코디언 감자와 크라운 산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감자이야기를 하자면,,


감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감자를 먹다 보니 세상 맛있어진 그런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감자보다는 고구마파였는데, 혀라는 감각기관이 감자에 제대로 사육되었는지, 이제는 감자를 보면 어깨마저 둥실거린다. 게다가 요즘에는 감자철이다. 흙 속에서 탈출한 햇감자가 어찌나 맛있는지. 한 여름에 뜨끈한 감자를 호호 불며 먹는 이열치열로는 설명이 안 되는 맛이다.


그리하여  새벽부터 감자를 박박 씻고는, 조심스레 아코디언으로 칼집을 내고 히말라야솔트와 올리브오일에 쓱쓱 버무려 오븐으로 쪄낸다. 누가 보면 출근 안 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자를 먹고 출근해야 힘이 난다. 1개만 먹어야지 하고 시작한 일이 1개에서는 못 멈추고 마는 게 문제다.


마찬가지로 회사간식 크라운 산도를 먹기 위해  출근을 하고 있다. 과자사이에 딸기크림이라니, 반칙이다. 새콤한 맛때문인지 과자인 주제에 상콤하기까지 하다. 다시 한번 반칙이다. 오늘도 만원 지하철에 찡겨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나를 버티게 하는 건 역시 크라운 산도다. 몸에 좋을 리도 없건만, 크라운 산도만 떠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보통 11시에 먹는데, 10시 반부터 설레고 말아 보통 11시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셀프 마시멜로 시험에서 이렇게 실패하기 일쑤지만,  두 개가 아닌 하나만 먹는 내가 참 기특하다. 그랬는데, 오늘은 너무 바빠서 크라운 산도에 손도 못 댔다.


앞으로는 아무리 바빠도 크라운산도의 즐거움을 스스로 막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행복은 내가 지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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