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이빨요정
미국에서는 이빨이 빠지게 되면, 이빨요정이 나타나 이빨을 가져가는 대신 돈을 주고 간다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자본주의 미국 답게 이빨을 베개밑에 넣어 두면 달러로 바뀐다는 말인데, ‘뭐 이런 얼토당토 안 한 이야기가 다 있어!’라며 무시하려 했으나, 아이의 눈동자는 이미 달러화가 되어 몹시 기대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카드만 쓰기 때문에 현금이 없었다. 집안을 구석구석 뒤져보니, 딱 10달러가 있더랬다. 그리하여 베개 밑의 이빨은 회수하고, 대신 이빨 값 10달러를 넣어두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돈부터 확인하던 아이는 베개밑 달러를 확인하고서야 미소를 지었다.
“저는 2달러 받았는데, 왜 저는 조금 받은 거죠?”
내 작은 친구가 자랑을 하였는지, 같은 반 친구가 울분과 슬픔이 가득 차서는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같은 이에 대한 다른 값어치라니. 앞니는 옆니보다 비싸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본주의적 말투라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충 변명을 했다.
“이빨요정이 실수한 거 같아. 윗사람한테 혼 좀 나겠다. “
본의 아니게 미국아이로부터 이빨시세를 알게 되어 그 뒤부터는 적정선을 2달러로 잡고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빨요정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이 날은 이빨 빠진 다음 날이자, 아이의 용돈을 챙겨야 했던 날이었다. 아이의 용돈은 오천 원. 그런데, 우연찮게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초록지폐를 아이의 지갑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으앙. 이빨요정이 돈 안 줬어.”
울먹거리는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또다시 임기응변.
“이빨요정이 지갑에 넣은 거 아냐? 지갑은 확인했어?”
만원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되찾는 아이의 미소. 이렇게 2달러로 측정된 이빨값은 강제로 2배로 뛰었다는 그런 이야기. 이렇게 이빨 시세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맞춰 가는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