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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08.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67. 이빨요정

미국에서는 이빨이 빠지게 되면, 이빨요정이 나타나 이빨을 가져가는 대신 돈을 주고 간다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자본주의 미국 답게 이빨을 베개밑에 넣어 두면 달러로 바뀐다는 말인데, ‘뭐 이런 얼토당토 안 한 이야기가 다 있어!’라며 무시하려 했으나, 아이의 눈동자는 이미 달러화가 되어 몹시 기대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카드만 쓰기 때문에 현금이 없었다. 집안을 구석구석 뒤져보니, 딱 10달러가 있더랬다. 그리하여 베개 밑의 이빨은 회수하고, 대신 이빨 값 10달러를 넣어두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돈부터 확인하던 아이는 베개밑 달러를 확인하고서야 미소를 지었다.


“저는 2달러 받았는데, 왜 저는 조금 받은 거죠?”


내 작은 친구가 자랑을 하였는지, 같은 반 친구가 울분과 슬픔이 가득 차서는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같은 이에 대한 다른 값어치라니. 앞니는 옆니보다 비싸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본주의적 말투라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충 변명을 했다.


“이빨요정이 실수한 거 같아. 윗사람한테 혼 좀 나겠다. “


본의 아니게 미국아이로부터 이빨시세를 알게 되어 그 뒤부터는 적정선을 2달러로 잡고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빨요정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이 날은 이빨 빠진 다음 날이자, 아이의 용돈을 챙겨야 했던 날이었다. 아이의 용돈은 오천 원. 그런데, 우연찮게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초록지폐를 아이의 지갑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으앙. 이빨요정이 돈 안 줬어.”


울먹거리는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또다시 임기응변.


“이빨요정이 지갑에 넣은 거 아냐? 지갑은 확인했어?”


만원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되찾는 아이의 미소. 이렇게 2달러로 측정된 이빨값은 강제로 2배로 뛰었다는 그런 이야기. 이렇게 이빨 시세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맞춰 가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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