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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15.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71. 반추적 사고는 저리 가줄래?

괴로운 일에 접했을 때 사람마다 각자의 해결방법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바로 독서이다.


보통 기분 나쁜 일이 터져도 잠시 숨 돌릴 틈이 주어지면 80퍼센트는 회복하는 편인데, 어떤 날은 숨 쉴 시간조차 주지 않고 힘들고 기분 상하는 일이 소나기처럼 후드득 쏟아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다시 솟아오를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아, 지구의 핵으로 들어갈 작정으로 감정이 땅속을 기어 다니곤 한다.


‘반추적 사고’


일어났던 일을 반복해서 곱씹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지만, 그 생각을 좀처럼 놓지 못하곤 한다. 어떤 때는 억울해서, 다른 때는 화가 치밀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일어났던 일을 머릿속에서 기어이 복기시키고 만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 없는데. 어른스럽게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면 좋을 텐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책에서 가르쳐준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다. 활자중독이기도 하지만,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된 책을 읽으면 더러웠던 방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머릿속이 정리되곤 하기 때문이다.


명심하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수록
통제력은 떨어진다.

               -고대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


어쩌면 통제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와 좌절이 융합되어 커다란 괴물이 되어 나 자신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복직하기 전의 일이었다. 복직하기가 너무 싫었다. 복직하기 싫어서 휴직을 거부하고 싶었을 정도였으니, 복직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회사에서 고생했던 일들이 나의 생각 속으로 폭풍처럼 밀려드는데 복직도 안 했건만, 상상의 일들과 민원 속에 나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주절주절 고민과 함께 나의 플랜 B부터 Z까지 이야기하자, 지인의 한마디.


“중요한 것만 생각해요.”


그렇다. 애초에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었다. 돈을 벌어야 했다. 아파도 나으려면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벌 수 있을 때 버는 게 맞다. 그리고 매달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건 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건강이 염려되고, 회사가 못 견딜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었고, 일단은 무서워서 지레 겁먹고 도망칠 필요는 없었다. 복직하되, 시간을 줄이자.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막상 복직을 하자 나름 즐거웠다. 통장에 내가 번 돈이 찍힌다는 게 하나의 기쁨이 되었다. 물론 정신적인 피폐도 함께 따라왔지만, 인생이란 게 꼭 상상만큼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것 아니겠는가. 미리 짬을 내어 심각하게 고민할 것도, 설레발치며 좋아할 것도 없는 것 같다. 현재만 보며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말하고 보니, 어쩌면 나의 해결방법은 독서보다는 수다인 것 같은데, 아무렴 어떠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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