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작지만 나름 오똑한 나의 코

by 남배추

눈, 눈썹, 입술과 귀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니 이제는 코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왜인지 코가 삐질 것만 같다. 코가 행여나 자기 이야기만 뺄까 봐 염려했는지 오늘은 유난히 코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나의 코는 다른 신체기관에 비해 비교적 무탈한 일생을 보내고 있다고 보는데, 코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지 모를 일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 우리집에서는 이미 오빠가 둘이나 있었기 때문에 제발 여자아이가 태어나길 바라고 또 바랬다고 한다. 아이의 성별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는 일도 없이, 무조건 여자아이만을 기도한 우리 가족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단다.


"얘는 코가 어디 갔어?"


코라고 한다면,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보통 그림을 그릴 때도 어느 정도 삼각뿔의 형태를 가지고 있건만, 나의 얼굴에는 그 입체코가 어디 있는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다만 구멍 두 개만 보였을 뿐이라고 했다. 비가 오면 비가 코로 다 들어갈 것만 같았다나 어쨌다나. 가난했지만 코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우리집가족과 이웃집사람들은 밤낮으로 코를 만져주어 지금의 내 코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를 만드는 형태로 사람의 신체기관도 오밀조밀 만지면 그에 따라 변하는 걸까?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말랑말랑한 뼈를 가진 신생아라면 가능한 일이려나?’하고 의구심을 거두어 본다.


이웃집분들, 오빠들, 할머니 등 많은 이들의 염려 속에 나의 코는 보통 사람의 코로 자라서 크기는 작아도, 나름 ‘작은 코 중에서는 제일 높은’ 희한한 코가 되었다. 이런 코는 평생 소리를 크게 내는 법도 없어 자면서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는 일도 없었고, 가볍게 숨만 쉬는 기관이었는데, 비루한 몸뚱이에 자리 잡은 탓인지 2020년 무사고의 연패가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가 만연했던 때, 집에서 칩거를 하며 식탁을 물티슈로 닦고 있을 때였다. 그 물티슈는 인위적인 오이향이 나는 물티슈라서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는데,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코를 막고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더랬다.


'미국 물티슈도 별 거 없구만'


물티슈의 성능이 이렇게나 떨어지는 것이었다며 열심히 식탁을 닦던 나는 오이향이 없어진 사실에 만족스러웠다. 그러자 마치 공포영화의 한순간처럼 주변에 있던 두 사람의 동공이 커지면서,

"오이향 장난 아닌데?"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랬다. 나의 코는 코로나에 감염되어 후각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떤 냄새를 맡아도 아무 냄새가 나질 않으니 무냄새의 세상은 조금 달라 보였다. 화장실의 찌릉내도 나지 않았고, 싫어했던 오이향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세상이 색채가 덜 다채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편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물론 향이 나는 세상을 더욱 사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련은 이 정도인 코는 오밀조밀한 형태로 내 얼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은 연예인들의 코처럼 우뚝 솟아오르게 만들고 싶다가도, 내 얼굴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서 그대로 두고 만다. 게다가 이 코는 내 것이지만 내가 빚어낸 것은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