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과 벚꽃 축제 브루클린 보타닉 가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벚꽃을 보러 갑니다.

by 남배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언제나 벚꽃이 존재했던 것 같다. 벚꽃 하면 어떤 사람은 첫사랑을, 첫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난 제육볶음이 떠오른다.


미국으로 처음 건너가서 살게 된 건 2012년이었다. 광복을 외치던 때, 미국에서는 엠파이어스테잇빌딩에서 일을 하고 있었더니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 당시, 그리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던 대만친구가 브루클린보타닉 가든로 벚꽃피크닉을 가자고 했다. 당시는 뉴저지의 뉴포트에서 살던 때라 브루클린에 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야했지만 설레었다. 언제나 새로운 곳은 관광지라고 한들 모험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친구가 Potluck party 식으로 각자 음식을 하나씩 해오자는 것이 아닌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요리를 그다지 잘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한국요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선택된 건 제육볶음.


드디어 벚꽃소풍날이 다가왔고, 운명의 도시락오프닝이 거행되었다. 그때 모였던 친구들 중에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 나까지 3명 있었는데, 도시락뚜껑을 여는 순간 아연질색해지고 말았다.


우리 모두 제육볶음..


그리하여 벚꽃소풍은 본의 아니게 ‘누구의 제육볶음이 제일 맛나나 경연대회’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다른 이들의 젓가락질을 살펴보고 말았던 그날, 벚꽃은 아름답게 바람에 흩날려 이리저리 날리기만 했다.


브루클린 보타닉 가든을 다시 찾은 건 2022년 벚꽃축제였다. 나의 해마는 장기간 기억을 저장하는 법이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 제육볶음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남아 있다. 노오란 코트에 제육볶음을 들고 가던 나의 모습. 이제는 더 이상 그 친구들이 뉴욕에 있지 않았기에 포트락파티를 할 일도 없어, 두 손 가볍게 브루클린 공원을 들어가 본다.


비싼 티켓값을 지불한 만큼 제대로 보고 오자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많으면, 몹시 정신사나워지는 성격으로 집에 가고 싶었지만, 티켓값을 지불했으니 바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일본 사람들이 타이코(북) 공연하기도 하고, 각 나무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까치발로 공연을 적당히 즐기고는 벚꽃 나무 아래에 누워본다. 돗자리마저 가져오지 않아 외투를 바닥에 깔고 누웠지만, 보송한 잔디가 불편하지 않다. 잔디의 초록물이 벨까 잠시 염려되었지만 그냥 눕고 싶었다. 누워서 보는 벚꽃나무는 고개를 들어 보는 장면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하늘에 둥둥 떠있고 몸이 편했다.


누워서 하늘과 어우러진 벚꽃이 한꺼번에 흩날리는 모습을 기다리게 되더라는. 그 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기억하며 슬며시 손을 뻗어 본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손짓은 아니었지만, 벚꽃잎은 내 손을 잘도 피해 가더라.


중간에 목이 말라서 물을 사려고 했으나 전부 품절이라 잠시 아찔했지만, 아직도 벚꽃이 흩날리던 게 기억나는

거 보면 역시나 계절에 맞는 놀이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