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감정에 솔직할 때만 나타나는 눈물샘의 요정, 내 눈물

by 남배추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슬픈 영화를 봐도 가슴만 먹먹하다.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고 싶을 때에도

보통의 얼굴로 보통사람처럼 지내게 된다.


울고 싶은 일이 없거나,

기쁜 일이 가득한 것도 아닌데

눈물은 지금 숨바꼭질 중이다.


숨기에 귀재가 된 이 눈물이

한 때는 무방비로 흐르기도 했었다.


심각한 병을 진단받고 난 다음날부터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진단명을 말했을 때에는

‘짬뽕 나왔습니다.’라며 주문한 음식이 나온 것처럼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건넨 한마디.

“이렇게 차분하니 더 무섭네요.”


그 말이 무색하게, 난 다음 날부터 계속 울었다.

누가 툭 쳐도 울고,

안쳐도 울고,

무서워서 울고,

들키지 않으려고 웃었던 게 힘들어서 울고,

병원예약이 힘들어서 울고,

수술을 못할까 봐 울고,

치료가 아플까 봐 울었다.

그것도 때로는 “엉엉”소리를 내어가며.


그때 나는 참 솔직했었던 것 같다.

두려우면 두렵다,

외로우면 외롭다,

거침없이 여과 없이 말할 수 있었고,

절망의 표정이었지만, 정지된 표정이 아니었다.

그게 뭉크의 절규 같더라도.


너무 많이 울어서 이렇게 울다가는 눈물샘이 마르겠다 싶었는데 가는 말이 무섭게 요즘의 나는 눈물이 뚝 끊겼다.


가뭄상태.


그래서 중간중간 인공눈물을 넣어줘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정말 나쁜 사람들을 만나 가슴에 마상을 입더라도 입술을 꽉 깨물고 참고 만다. 너무 힘든 순간에도 힘들다고만 토로하지 나의 눈은 인공눈물로 거짓눈물을 만들지 않는 이상, 말라붙은 볏잎처럼 말라 있다.


가슴도 꽉 막혀 있는 듯 하지만,

눈물샘도 메워진 상태인가 보다.

그래서 꿈을 꾸면 가끔 난 꿈속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출처: 지브리/My neighbor Totoro/이웃집 토토로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사치다.

눈물이란 건 감정을 그래도 여과 없이 뽑아낸다는 의미이고,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낼 때에만 가능한 것이므로.

그래서 다음에 눈물이 흐른다면 나는 나를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고생했어"

-토닥토닥-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눈물 흘린만한 상황은 더 이상 사절이다. 더 이상 싫다. 그만하자 인생아. 날 좀 괴롭히지 말아 줘.


그래서 눈물은 사치라며 헛소리를 하는 동안,

나는 또 두 손 모아 눈물이 필요 없는 현재와 미래를 빌고 또 빈다.


‘행복하게 해 주세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물론 벼락부자가 되는 사치스러운 소원도 살짝 가미해서 말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