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눈박이 물고기가 생각나는 2월 마지막 날의 사치
내 인생 첫 어항은 초등학생 때였다.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연탄을 때우며 살았지만, 금붕어를 키울 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금붕어는 바나나보다 쌌었고, 근사한 어항이나 여과기 등을 전부 구비할 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통에 수돗물을 담아서 키우면 그만이었다. 물론 수돗물의 염소를 좀 덜어내기 위해 수돗물을 미리 통에 담아두었다가 쓰는 노력은 필요했다. 열악한 환경이긴 했지만, 나의 금붕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우리집에 온 금붕어는 사실 한쪽 눈이 없는 외눈박이 금붕어였다. 스마트폰은커녕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그 금붕어를 사진에 담아두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
빛나는 주홍색의 나의 외눈박이 물고기.
한쪽 눈만 가졌던 그 작고 소중한 아이가 우리집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꼭 나 같아서 잘해주고 싶었다. 하필 우리집에 온 게 안쓰럽기도 했다. 그 당시 우리집은 대단히 소란스러웠었는데 금붕어는 모든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언제나 걱정이었던 금붕어의 안위.
“내가 지켜줄게.”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외눈박이 금붕어가 사라졌더랬다. 발이 달려서 도망친 것도 아닐 테고 찾다가 찾다가 어디 갔냐고 물어보았다.
그날의 진상은 이랬다. 에프킬라 같은 걸 뿌렸는데 어항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도 열심히 살포했다고 한다. 금붕어어항이 제대로 된 게 아니다 보니 뚜껑도 없었고, 아무래도 그 에프킬라의 독한 약품이 금붕어 쪽에 영향을 주었는지 죽어버렸다고 했다. 많이 울었다.
“하나 다시 사주면 될 거 아냐.”
나의 그 하나밖에 없는 외눈박이 물고기를 어디서 사 온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금붕어가 아니면 안 되었기 때문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이제는 나에게도 그 당시의 나만한 작은 친구가 생겼다. 이 친구도 물고기를 몹시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게으른 내가 과연 키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외눈박이 물고기가 떠올랐다. 어항과 열온도계 등 물고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사서 집에 왔다. 물고기는 시클리드종 두 마리를 샀는데 성격이 대단하더랬다. 서로 거품 물고 싸우는데, 물고기가 한글을 알아들었다면 난 폭풍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얼룩이, 파랑이 등등 서로 싸우다, 혹은 지 성격에 못 이겨 모두 저 세상으로 가버렸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내는 물고기는 노랑이와 하양이다. 벌써 6개월이나 함께 동거 중인데, 밥도 잘 먹지만 열심히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통에 생각보다 크게 자라지 않았다. 분명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인데, ‘눈만 뜨면’ 싸우고 있다.
처음에는 노랑이가 가장 크고 사나웠는데 지금은 하양이가 대장이다. 하양이는 가장 꼬꼬마였는데, 열심히 먹고 체력을 구비하더니 지금은 꽤나 자라서 생선의 모습에 가까워져 버렸다. 생선 하양이는 머리가 똑똑한지, 자신을 괴롭혔던 노랑이를 집요하게 혼내고 있다. 뭐, 노랑이를 애도하기에는 너무나 자업자득이지만, 하루종일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답답하여 물고기 훈육방법이 있다면 훈육을 시키고 싶다.
“사이좋게 좀 지내줄래?”
그래도 이제는 산소도 나오고, 어항 안에 물고기집과 놀이터도 만들어주고, 온도계에 여과기까지 다 있으니 마음이 풍족하다. 그 당시 외눈박이 금붕어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더라면 이런 호사를 누렸었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러니 너희 둘, 하양이와 노랑이, 둘 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오래 살렴. 언젠가 더 멋지고 큰 어항을 사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