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배추 Mar 05. 2024

연필로 그리는 인물화수업

드디어 사람의 신체기관인 눈을 그리게 되었다

연필인물화를 그리고 있다. 마음은 이미 화가인데, 업무 등으로 인한 육체적인 피로 때문인지 수업시간에 자꾸만 졸게 된다. 이렇게 졸면 안 된다며 눈을 부릅떠보기도 하고, 얼굴을 짓이겨보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눈을 까뒤집어가며 잠이 드는 나는 언제나 제일 먼저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직장인이 미술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꽤나 도전적이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서 혀를 깨물어가며 들었는데, 지금까지는 기초작업을 배우느라 선과 면과 입체도형만 그렸다. 기본인데 기본이라 기본이지만, 또 졸렸다. 서서 졸다가 다리를 절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드디어 눈을 그리는 시간이 되었다. 눈은 지금까지 배웠던 선과 구에 대한 총집합체였기 때문에 녹록치 않다. 하지만 사람다운 신체기관을 그릴 수 있게 되니 두근거리더라는.


눈은 홍채, 동공, 빛, 그림자가 모두 표현되어야 눈같이 보인다고 한다. 연필로 쓱싹쓱싹. 홍채는 시선에 따라 위치가 변하므로 꼼꼼히 관찰하며, 구의 형태인 눈알은 둥근 각과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의 반사각도 둥근 눈에 반사된 것이므로 살짝 돌아가는 형태로 표현해야 하는 것인데, 연습을 해야 익숙해질 것 같다.


생각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눈썹이었다. 눈썹의 구조는 앞쪽이 짧았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길어지는 형태로 변하는데, 결의 시작과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윗눈썹의 경우에는 뿌리가 있는 느낌으로 그려주어서 입체감을 살리고  눈썹방향이 뒤로 바뀌는 구간을 어색하지 않게 끌어가야 한다. 눈썹, 수염, 머리카락은 자연물이라 더욱더 자연스럽게 그리라고 하는데,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가면 금세 어색해진다. 그래서 연필이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다루기 쉽지 않은 게 골프 같다.


하나 그리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리고 마는 지금으로서는 언제쯤 인물화사 익숙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문제이다. 어쩌면 시간보다는  정신머리가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웃음)

작가의 이전글 휴가를 내고 카페는 못가더라도-쑥라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