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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pr 28.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8. 대단한 성질머리의 시클리드 두 마리

우리집에는 두 마리의 시클리드가 있다. 눈이 빨갛지만 온몸이 하얀 하양이 한 마리와 나머지는 바나나시클리드로 불리는 노란색의 검정 눈동자를 한 아이, 이렇게 두 마리다. 물론 처음부터 두 마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끝까지 살아남은 아이들이 하양이와 노랑이다.


처음에는 노랑이가 압도적으로 힘이 세고 커서 모두를 괴롭혔다. 이 녀석 때문에 요단강을 넘은 물고기가 한 두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속이 타들어갔다. 힘들어하는 물고기들을 서로 떼어놓는다고 서로 분리도 시켜 보았지만, 노랑이의 성질이 너무 대단해서 결국 하양이만 살아남았다.


사실 하양이는 여러 마리 중에서도 가장 작은 아이였다. 매일 지느러미를 뜯기면서도 구석에 숨어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내곤 했었다. 조카 중에 가장 어린 조카가 드센 형아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빼앗기지 않고 먹으려고 책상 밑에 들어가서 먹곤 했었는데 딱 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일인지, 하양이는 노랑이의 두 배만큼 커졌다. 덩치로 노랑이를 이기고도 남는 상황이다. 이를 갈며 열심히 먹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더니 이제는 동네대장노릇하느라 노랑이가 눈앞에 보이면 눈을 세모로 뜨고서는 미친 듯이 쫓아가서 혼을 내준다.


물론 노랑이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건지 아니면 원래 스트레스를 안 받는 유전자의 조합으로 태어난 건지, 하양이한테 몰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랑이의 주 특기는 죽은 척 하기인데, 거꾸로 배를 까고 누워 있거나, 아래로 머리를 떨어뜨린 자세 혹은 표면에 정말 붙어 있는 모습으로 몇 번이나 속았는지 모른다. 심지어 하양이가 약간 강박적으로 특정 자리의 돌을 입으로 치우고 있는데, 노랑이는 그 모습을 죽은 척하고 쳐다보다가 하양이가 일을 끝내고 쉬려고 하면 다 잽싸게 헤엄쳐가서는  꼬리로 모든 돌을 흩트려 뜨리고 다시 죽은 척을 한다.


하양이의 눈이 빨개서인지 더욱더 피눈물이 나는 것 같이 보이는데, 강형욱 님 같은 물고기박사님이 계시다면 이 둘을 중재하는 방법이라도 전수받고 싶다. 겨우 둘이 살면서 오손도손 살지는 못할지언정 서로를 물어뜯고 사는 모습을 1년 정도 보다 보면, ‘이젠 나도 모르겠다’라며 두 손두발 들고 말게 되기도 하는데, 가끔 어항의 물이 사방으로 튀고 어항에 붙여 놓은 온도계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치고받고 싸우니 원.


이 물고기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오늘도 하양이는 끊임없이 입에 멍이 들도록 돌을 움직이고 있고, 노랑이는 부처님같이 초월하는 듯 살다가도 코란에 나와있듯이 하양이에게 똑같이 되갚아주고 있다. 아무래도 물고기계 금쪽이가 있다면 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내 눈에는 이쁜 애들이니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듣고 있니? 하양아 노랑아? (웃음)

하양아 돌 좀 그만 치워 이 정도면 강박이야 너 병원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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