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이렇게까지 예뻐할 수도 있나?
그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하염없이 예뻤다
경기하는 내내 그 예쁜 뒷모습을 원없이 볼 수 있는 3시간은 마약 그 자체였다
운동이라도 해보자고,
그래 이 시기를 버티려면 체력이 먼저라고
몸을 움직여보자고 가입했던 운동 클럽이었다
매끈한 종아리에 단정하게 올라온 양말조차 뽀얀 우유빛깔이 예뻤고
햇볕에 말린 듯 톡톡한 면 티셔츠는 땀에 젖어도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탄탄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체격의 마르지 않은 몸 187cm 적지 않은 키
존재감을 어필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경기를 하며 움직일때마다 펄럭이는 머리카락 한올도 슬로우 모션으로 필터링 되어
장면 하나하나가 나에겐 그림이었다
간간히 사람들과 나누는 농담 한마디도
경기 중 파트너와 파이팅 하는 목소리도,
낮게 점수를 외치는 목소리도 모두 내 귀에 알맞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주파수였다
경기 중 뒤를 돌아보며 마주치는 눈빛은
나를 설레게 하는 충분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니, 그것뿐이었다.
예쁠 리가 없었다.
운동 후 회식자리가 파할 자정 언저리즈음
새벽이랄 수 있는 시간에 울리는 전화.
보고싶은 사람의 요청을 거절할 자신이 없는 나는 종종 그 친구를 데리러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갔다
데리러 와 달라고 해놓고, 금새 오지말라고 당신이 너무 수고스럽다고 마다하는 그 친구의 진심을 내 멋대로 착각하고 싶었고
‘이것이 진심일까?’의 진위여부를 따지기엔 내가 더 보고싶 었던 게 사실이다.
종종 내 옆에 와 잠이 들고, 굳이 옆자리도 아닌 내 발치 아래에 머리만 대고 누워 곧바로 잠이 들면서도
브레이크가 풀린 순간에 내가 생각났고, 내게 왔다는 사실은 저 친구의 무언의 고백이라 믿고 싶었다
나이차가 적지 않았다.
그 나이차 만큼 내가 겪어낸 경험치를 간단히 무시하기엔 간극도 없지 않았다.
무던하거나 용감하지 않은 보통의 남자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이고 싶어 하는 친구였다.
그 호기로움이 썩 건강해 보였고, 내 마음을 일렁이기에 충분한 신호를 보냈주었다.
“내일도 나와요”
눈빛에 살짝의 긴장이 묻어 있었다.
나는 나가고 그 친구는 들어오는 길
그 넓은 체육관에서 둘이서만 마주치는 건 처음이었으니 눈인사만 할 줄 알았던 순간.
줄곧 나를 보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마치 둘만 있는 순간을 기다린듯 준비한 타이밍 같았다
마음속에 웃음이 베시시 나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5점차? 괜찮아요. 내가 다 할꺼니까 걱정하지 마요”
초보라기도 민망할 갓 들어온 40대 여성에게
그것도 구력 12년차 젊은 친구가 파트너가 되어 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지만,
어제 나눈 인사가 있으니 ‘예의상’이 아니라는 특별한 기분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건네 준 응원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버린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클리셰
“결혼한 것만 아니면 누나 내가 꼬셨다”
그리고 이어진 회식자리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제 대놓고 내 나이를 묻고, 옆 자리 친구가 대신해서 내 나이와 가족사항까지 밝혀졌다
내가 결혼 경험이 있는 것도, 고3 아들이 있다는 것도 알면서
직진하는 이 친구의 건강한 신호가 너무 반가웠던 건,
뭐랄까.... 다시 내가 설레도 되나?
이 인연이 어찌 흘러갈지 결론따위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의 내가 아직도 여전히 여자로서 유효하다는 걸
꿈처럼 너무 비현실적으로 직진하는 이 친구에게서 근사한 기분이라는 것을 선물 받은.
‘봄날의 햇살’ 같은 이런 날들이 며칠만 이어져도 좋을 것 같은.
그저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이 기분을 며칠만 이어갈 수 있다면
평생동안 조금은 더 높은 행복지수를 가진 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예뼜다.
그 때의 내가 그 친구의 예쁨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의 결론이 희석해버리기 전에
흔들렸던 내 마음이 결국 알려주는 건,
글에 담아 그 예쁨을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