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트를 보낸지 일주일.
자체대회를 마치고 수차례 이어진 회식 끝에
단 둘이 남은 아침. am 7시가 되어서야
택시를 잡아 나를 태우더니, 곧장 나를 안으로 밀치고 내 옆에 앉는 이 친구
“너네 집 반대쪽이잖아? 어쩌려구? 우리집에 가게?”
일부러 여지를 흘렸다
선택지에 있는 듯이,
‘우리 집에 가게?’
물론 뭐, 원하는 바 이긴 했지만,
당장 오늘, 지금은.... 아니었다
이렇게 급진전 되려는거면.....
‘
너 진심이야?
’
나는 일주일간을 핑크빛으로 살았으니 오늘 당장도 가능했지만
설마, 네가 이 정도로 확신이 있을리는 없는데?
내 나이를 봐.
내가 소름끼치게 예쁜것도, 소름끼치는 몸매도 아닌데
뭘 보고?
이 시간에 너랑 나랑 둘이 택시를 타고 우리집으로.....
뭐하러 가는지 뻔히 아는 택시 안.
“아버지가 작년 9월에 돌아가셨어. 난 우리 아버지, 형님이라고 불렀거든.
그래서 어머니 모시러 청주로 올라왔고, 아버지 병원 계시는 동안 올라와서 돈을 벌어야 되니까
알바하려고 당근에서 청소일 시작했다가 지금 사장님을 만났어. 좋은 분 만나서 일도 하게 됐지.
같이 일 하자고 먼저 얘기 해주셔서 지금은 팀장이야. 이 쪽 일이 험한 건 있어도 돈 벌기는 좋다고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됐어. 클럽에 같이 온 ㅇㅇ이 형이 우리 사장님이야.”
그 외에도 그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지금은 얼마를 버는지,
어머님 아버님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누나는 어떤 사람인지, 엄마는 소녀 같은 분이고 요리를 잘하고.....조곤조곤 얘기를 이어갔다
웃음이 나왔다.
”
왜 그래~~ ^^
나랑 결혼하게?
연봉 얘기하고, 가족사 얘기하고 왜 그러는 건데요, 오빠^^
“
얘기하는 내내
내 손을 꼭 잡고 창밖을 보면서 자기 집안얘기, 가족얘기를 다 읊었다.
”
진짜 갈거야? 너네 집으루 가지 피곤한데.
무슨 처음 본 날 집을 간데?
왜 그러는데요, 오빠, 이러시는 이유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
연신 싱글거리며 놀리듯 말을 했다.
진지했다간 진짜 내가 동의한 셈이 될 것 같았다
집 앞 편의점.
이 친구는 술이 깼지만 취한 척을 계속 해야 했다
눈을 못 마주치고 애써 덤덤한 척 말을 잇는다
”아니 그냥 이것만 사주고 갈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라 그러냐, 정 없게“
”그럼, 뭐 ‘라면먹고 갈래?’ 라도 해줘? 배 부르지 않아? 우리 아침7시까지 4차로 국밥까지 먹었어요. 오빠“
그게 더 귀여웠다.
다 들켰지만, ‘들켰다는 걸’ 들켜선 안되는 태도
내 놀림에도 이 친구는 강경했다
빨리 앞장서라고 내 손을 잡고 이끄는 그 친구의 손길이 좋았다
여기서 보내고 싶지 않기는 사실 나도 마찬가지.
그래도.....
난 더 이상 번듯한 오피스텔에 80만원짜리 월세를 살고, 9천만원짜리 벤츠를 타는 여자가 아니었다
현실에 타협하고
우매한 나와 화해하고 땅에 발을 딛은지 이제 고작 2년 남짓
내려앉은 내 현실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 레옹이라 이름 지어준 레이 한 대가 내 전재산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살림살이에,
20만원짜리 낡은 아파트의 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가......
싫었다
발가벗은 내 맨 몸을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편의점에 들러 사는둥 마는둥 하며 집 앞까지 오는 동안의 실갱이.
그 잠깐 1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나도 혼란스러웠다
‘더 이상 척 하지 말자.’
척 해서 얻을 욕심을 내려놓자고 나에게 다짐 하긴 했지만....
하지만 이제 겨우 핑크빛을 피우는 이 썸을
오늘 당장 막을 내려 현실로 끌어 앉힐 게 뭐람,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그래, 어차피 니가 보고 싶어서 니가 선택한거라면,
그 책임도 결과도 니 몫이야.
난 최대한 막았어! 라는 명분으로 나를 설득했다.
”아, 그냥 빨리 열어.“
집 앞에서 나를 돌려세우는 그 친구에게 지고 싶었다
정말 눈을 질끈 감았다.
에라 몰라.
니가 들어온거야. 내가 끌어들인거 아니야
실망하고 돌아갈거면 빨리 보내버리자
이제 부턴 니 몫이야!
삑삑삑삑, 덜컥
.
.
.
그 긴장되던 몰아치는 순간이 지나고
조용한 새벽아침
실내에 들어서 문이 닫히고 찾아든 그 정적.
그 찰나.
하아.....
이제 어떡하지?
‘니가 좀 알아서 해봐‘
서툰 건, 사실 이 어린 친구도 마찬가지
그렇게 .....
아직 친하지 않은
서툰 두 사람이 우리집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