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월이야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를 봤다. 고등학생 때 짝사랑하던 선배를 따라 멀리 떨어진 도시의 대학에 입학한 여주인공 이야기다. 그 선배가 일하는 서점을 이유 없이 자꾸 들락거리며 혼자 마음을 키워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고백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큰 사건은 없지만 영상도 예쁘고 분위기도 잔잔해서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특히 배우 마츠 다카코의 수줍은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였다면 어땠을까? 같은 내용인데도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풋풋하다’기보다 ‘찌질하다’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또는 '섬뜩하다' 똑같은 이야기인데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다니.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
생각해보면 내 일상도 그렇다. 같은 하루라도 내가 주인공인 줄 알고 살면 하루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그냥 주변 인물처럼 스쳐 지나가면 모든 게 심드렁하고 지루하다. 솔직히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도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내 이야기를 어떤 분위기로 만들지는 결국 나한테 달렸다는 거다.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지, 시큰둥하게 보낼지는 내가 정하는 거니까. 주인공처럼 살기로 마음먹으면 같은 하루도 조금 더 반짝인다.
결국 인생도 영화랑 비슷한 것 같다. 같은 이야기라도 주인공에 따라 장르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지만, 내가 주인공이면 그건 나만의 드라마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도 않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다. 어떤 장르든 괜찮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로 만들어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