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복되는 출근길. 지하철은 늘 붐비고, 자리는 없다. 그래서 서서 가는 게 당연해졌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편한 건 아니다. 다리는 묵직하게 아프고, 허리에는 은근한 통증이 쌓인다.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다 보면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 순간의 쾌감은 작지만 짜릿했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 같았다. 얼른 앉아 보니 몸이 바로 반응한다. 다리가 풀리고, 허리가 곧게 펴진다. 서 있을 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숨이 조금 더 깊어진다. 단순히 자리를 얻은 것뿐인데, 세상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사소한 일이지만 기분이 달라졌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작은 행운이었다. 그 순간 하루가 조금은 나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일은 억지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냥 운이 좋았던 아침, 그걸로 족하다. 그렇다고 이 기분을 꼭 혼자만 간직할 필요도 없다. 가까운 사람에게 “오늘 지하철에서 자리 잡았어”라고 툭 던지듯 말하면 된다. 별 대단한 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말이 작은 웃음을 만든다. 그렇게 소소한 행운은 전해지고,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가볍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