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사이에 친구들을 만났다.
첫 번째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다.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 곧 떠난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나이 들어 낯선 나라, 낯선 일, 낯선 일상으로 홀로 떠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걱정이 앞선다. 늘 곁에 있던 친구가 멀리 떠난다는 현실도 서서히 와 닿는다. 일상의 공백이 커질 것을 알기에, 허전함은 조금 더 진하게 번진다.
두 번째는 사업을 하는 친구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현금이 막혀 조심스럽게 목돈을 부탁했다. 여유가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의 작은 금액을 건넸다. 마음속으로는 ‘못 받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친구를 위한 선택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불편함을 달래기 위한 자기 위안인지 알 수 없었다.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세 번째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였다. 학창 시절, 김치찌개 하나로 소주 몇 병을 비우며 밤을 지새웠던 그 친구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비싼 술과 비싼 안주, 값비싼 취미로 가득 찬 대화는 낯설었다. 같은 자리에서 웃고 있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괜히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이 나이가 되니 우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젊을 때는 서로가 서로에게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1순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야 하는 책임과 무게, 그리고 미묘하게 달라진 삶의 결이 우리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밀어낸다.
각자의 삶과 무게 속에서 우정은 서서히 뒤로 밀려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