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만 알던 도시, 샌안토니오의 진짜 얼굴

by 도시남자 수식씨

미국 텍사스에서 장장 3주간 이어진 출장. 끝없는 미팅과 이동, 그리고 낯선 환경 속에서 영어와 씨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니, 남은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이 됐다. 그때 출장을 함께한 후배가 샌안토니오시 여행을 제안했다. 사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NBA 농구팀, 샌안토니오 스퍼스 정도였다. 그러나 도시의 이름처럼 안토니오 성인이 나를 불러준 것일까.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곳은 예상보다 훨씬 다채롭고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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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의 정수는 단연 '리버 워크(River Walk)'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빽빽하게 들어선 레스토랑과 상점들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그 활기가 강물 위에 비친다. 왜 사람들이 “청계천이 여기를 벤치마크했다”라고 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청계천이 ‘학생’이라면 리버 워크는 ‘원조 교수님’ 같은 느낌이었다. 강가를 거닐며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고, 현지 음식을 맛보고, 밤에는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유람선을 탔다. 그 순간만큼은 출장으로 쌓인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긴 출장의 끝에서 만난, 그야말로 ‘보너스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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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도시는 역사와 신앙까지 품고 있었다. 샌안토니오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섯 개의 미션이 있다. 알라모를 비롯해 산 호세, 콘셉시온, 산 후안, 에스파다까지. 18세기 스페인 선교사들이 세운 이곳들은 지금도 살아 있는 기도의 장소였다. 나는 다섯 곳을 모두 찾아 조용히 기도했다. 요즘 내 마음에 자리한 세 가지 소망을 차분히 올려드렸는데, 묘하게도 이번만큼은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출장 고생했다고 작은 선물 하나쯤 주시지 않을까 싶다.


샌안토니오에서 보낸 이 하루는, 긴 출장의 끄트머리에 덤처럼 얹힌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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