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부르게 살고 있는 지 몰랐다.

by 도시남자 수식씨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소식이 들려왔을 때, 은근히 기대를 했다. 뭐 대단한 걸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족발이라도 한 번 더 시켜먹고, 미용실에서 디자인펌이라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작은 돈이지만 내 생활도, 동네 가게도 조금은 활기를 찾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대상이 아닙니다. 소득 상위 10%에 해당됩니다.”라는 안내. 순간 멍해졌다. What?!!!


나는 늘 빠듯하다고 생각했다. 사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미루고, 필요한 건 아껴 쓰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나라에서 나를 상위 10%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회사 다니는 게 이렇게 힘든데도, 통계 속 나는 어쨌든 ‘잘 사는 사람’이었다.


쿠폰을 못 받아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꽤 안정적으로 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족하다고만 여겼던 자리에서,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었던 게 있었던 거다. 쿠폰은 없지만, 오늘도 밥은 먹고 살고, 이번 달도 월급은 받을 거다. 그 정도면 사실 감사한 일 아닐까.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쿠폰 대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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