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이 싫다.
아침 공기에는 서늘한 냉기가 묻어나고, 풀벌레 소리가 멎은 자리엔 고요 대신 이상한 허전함이 남는다. 사람들은 단풍을 보며 낭만을 이야기하지만, 내게 가을은 그저 모든 것이 조금씩 식어가는 계절이다. 나무가 잎을 떨구듯, 내 마음도 조금씩 비워지는 느낌이다. 낮은 햇살과 짧아진 하루,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건 늘 쓸쓸함이다.
가을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단 하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에 좋은 인연을 만나 연애를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걷는 낙엽길이라면 쓸쓸함은 반가움으로 바뀌고, 차가운 바람은 오히려 손을 잡을 이유가 된다. 그렇게 함께 웃고,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이 계절은 더 이상 이별의 계절이 아니라, 기다림과 설렘의 계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바란다.
올해의 가을은, 쓸쓸함 대신 함께하는 누군가의 미소로 기억되는 계절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