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생각한다

by 도시남자 수식씨

요즘 나는 미니멀리즘을 생각한다. 예전엔 물건을 줄이는 일쯤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그것이 삶의 태도라는 걸 안다. 책상 위 물건을 치우는 것보다 어려운 건, 머릿속의 생각과 마음속의 욕심을 비우는 일이다.


나는 늘 뭔가를 하고 싶다. OTT에 찜해둔 영화가 여럿이고, 서점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이다. 글을 쓰려다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지고, 일에서도 이것저것 손을 뻗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쁠수록 마음은 산만해지고,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잡히지 않는다. 모든 걸 하려는 마음이 결국 아무것도 깊이 하지 못하게 만든다.


미니멀리즘은 그런 내게 말한다. “하나만 해보라”고. 영화를 볼 땐 장면 하나에, 산책을 할 땐 바람과 나뭇잎에, 글을 쓸 땐 문장 하나에만 마음을 두라고. 그렇게 단순해질수록 세상은 오히려 더 풍성해진다. 커피 향이 깊게 스며들고, 한 문장이 오래 남는다.


덜어낸다는 건 비워내는 게 아니라, 진짜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덜어낼 때, 내게 꼭 필요한 것들—시간, 관계, 마음의 여유—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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