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영상을 봤다. 그는 중간에 구역질을 하고, 길가에 주저앉아 한참을 쓰러져 있기도 했다. 보는 사람도 숨이 막힐 만큼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빛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기어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운동선수도 아니고, 마라톤을 오래 준비한 사람도 아닌데, 그 몸 어딘가에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묘하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정신력이 있다는 것. 그 단순한 두 가지가 사람을 얼마나 멋지게 만드는지 새삼 느꼈다. ‘좋아하는 마음’이 불을 붙이고, ‘정신력’이 그 불을 꺼지지 않게 지키는 것 같았다.
반대로 나는 어땠을까.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시작도 잘했다. 일이 재미없으면 그만뒀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면 뒤로 물러났다. 조금만 불편해지면 한 발 물러서며 스스로를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보호가 아니라 회피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나는 단지 지친 걸까, 아니면 약해진 걸까. 기안84의 완주를 보며,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체력보다 ‘정신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끝까지 가보는 힘, 버티는 힘, 스스로를 믿는 힘 말이다. 그 힘이 있어야 인생이든 일이든 완주할 수 있을 테니까.
한동안 족저근막염 때문에 등산을 쉬었다. 발바닥이 아파 한 걸음 걷기도 힘들 때가 있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쉬자’는 핑계를 붙였고, 어느새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늘어졌다. 이제는 조금씩 다시 걸어보려 한다. 마라톤은 무리라도, 산길은 다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천천히, 꾸역꾸역 올라보자. 정상에 오르면 알게 될 거다. 그동안 멈춰 있었던 건 다리가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걸. 정신력은 거창한 게 아니라, 다시 한 발 내딛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번엔 도망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꾸역꾸역, 그래도 Sum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