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소중한 어느 저녁
나는 빨래를 개고
남편은 낡은 컴퓨터 본체를 거실에 늘어놓고
재조립하고 있고 미소는 언제나 그렇듯
남편의 무릎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네 컴퓨터가 될지도 몰라”
귓속말로 귀띔해주니 아빠 옆에 붙어서
조수 노릇을 자처하는 아들
플래시를 비추고 본체 구조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 듣고
낡은 키보드 청소를 하고
벌써 제 것이 된 것 마냥 분주하다
시간은 거센 물결처럼 흐르고
우리의 모습은 계절처럼 변해도
이 순간을 영원으로 물들여야지
- 평범하고 소중한 어느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