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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Jul 28. 2022

자아 분열과 담보 대출

씨네마톨로지: 질 들뢰즈

독서모임이나 회사 PT에서 발표할 때 종종 묘한 기분이 든다. 말을 하는 나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감각은 말이 잘 나오거나 반대로 말이 완전 꼬여 횡설수설할 때 더 강하게 든다. 아주 맛있거나 아주 맛이 없었던 식당만 기억에 남는 것과 비슷하다.


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는 영화에서 주관적 시각 이미지와 객관적 시각 이미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본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시각을 주관적 시간으로 인식한다. 반대로 영화 속 인물의 시선이 아닌 시점으로 촬영할 때는 관객은 이 화면을 제삼자가 바라본 객관적 시각 이미지로 느낀다. 하지만 이 객관적 장면 바로 다음에 어떤 인물을 보여주면 관객은 방금 전에 봤던 객관적인 이미지가 그 인물이 보거나 상상한 주관적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어떤 이미지가 객관적이다 혹은 주관적이다라고 여기는 것은 연결되는 장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관객에게 판단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표할 때도 비슷하다. 비록 내가 말을 하고 있지만, 청자의 반응을 계속 고려한다. 어떨 때는 외부 영향을 받는 수준을 넘어 외부 평가만을 생각해서 말한다. 또한, 말의 내용도 내 생각이 아니고 내가 읽었던 것을 나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변형시켜 전달하는 수준이다. 비록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나의 말을 내 말이라고 하기 어렵다. 마치 대출 80% 받아서 매입한 집을 월세를 주어서 내가 내 집에 살 수 없는 것과 같다. 독서모임에서 말할 때 느끼는 수상한 느낌은 내 주체가 나뉘는 현상이다. 내 입에서 다른 사람의 말이 나오는 상황을 체험한다. 마치 아기보살님이 무당의 입을 통해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나의 아기보살은 푸코, 라캉처럼 프랑스권 보살님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뿐이다. 주체의 분열은 정신병자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내가 소유한 집에 내가 들어갈 수 없어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분열된 내가 말하는 것을 지켜보는 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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