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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Jun 15. 2022

평범함은 무능함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일반적인 좀비 영화를 보면 좀비의 능력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다.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다 걸린 사람을 뜯어먹는 강력한 소화력 정도이다. 능력이 평범하니 혼자 행동할 수 없어 항상 때거지로 다닌다. 


우리는 평범한 것이 좋다 혹은 삶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평범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하다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좀비가 항상 무리 지어 다니는 것과 같다. 평범한 사람은 어떤 집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기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자기가 자기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어있는 상태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평범한 사람은 어딘가에 소속되어야만 한다. 가정, 회사, 정당 아니면 최소한 브랜드가 있는 옷을 입어서라도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수백만 유태인 죽음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던 평범한 아이히만도 어디에 소속되어야만 버틸 수 있는 인간이었다. 아이히만은 어떤 신념도 없었고, 자기가 가입한 당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할 것 같았고, 마침 누군가가 옆에서 나치당을 소개해서 입당했다. 불행의 시작은 어디에 소속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그의 존재 무능에서 시작했다.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홀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히만은 언어적으로 무능한 인간이다. 자신의 언어가 없는 그의 언어 세계는 다른 사람의 언어로 쉽게 대체되었. 나치가 만든 선전구호로 그의 양심은 쉽게 사라져 버렸다. 유태인을 대량을 학살하는 것을 나치는 '최종 해결책'이라고 불렀다. '최종 해결책'이라는 단어는 학살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살인에 가담하고 있다는 가책을 덜 느끼게 해 준다. 최종 해결책이라는 다른 사람의 언어로 자신이 사람을 대량학살 한다는 사실을 잊고 물건을 어디에 치워버린다고 생각했다. 


1930년데 독일에는 아이히만이 1명이 아니었다. 제2의 제3의 아이히만이 있었다. 평범해서 어딘가에 속해야 했으며 남의 말을 자신의 말이라고 생각했던 평범한 사람이 모인 집단이 독일이었다. 히틀러는 평범한 사람에게 소속감과 운명 같은 단어를 말해주면 마치 좀비가 소리에 반응하듯이 그들을 조정할 수 있었다. 평범함을 찬양하는 이유는 평범하면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평범한 아이히만은 전쟁 이후 별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아르헨티나로 도망가서 빈민처럼 살았다. 멀고 먼 도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스라엘 정부에 납치당해 이스라엘에서 사형을 당했다. 아이히만은 평범했지만, 그 대가는 무난한 삶이 아니라 교수형이었다.


평범함은 무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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