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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Feb 04. 2022

나도 모르는 내 소송

카프카 

소송은 변신처럼 주인공이 하루 밤에 바퀴벌레로 바뀌는 기괴한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특이하다. 주인공은 형사 소송을 당했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재판도 정식 법정이 아니라 법정 같지 않은 변두리 집에서 진행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소송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또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여성과 연애에 더 열중한다(이 책에서 유일하게 납득 가는 부분). 이런 특이한 내용 때문에 이 소설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어쩌면 내가 나를 구속하고 압박하는 상황을 소송이라는 줄거리로 풀어간 것 같다. 특히 소송이 진행되는 법정은 큰 건물인데 그 건물에는 많은 방이 있고, 그 방에는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 마치 주상복합 아니 법원복합 같은 건물이다. 이 건물에 있는 많은 방은 내 무의식 속에 있는 많은 이미지, 개념, 생각을 의미한다. 라캉은 무의식은 도덕에 의해 조율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법원 건물에서 일어나는 재판이 도덕이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언어의 형태를 통해 들어온 도덕이 내 무의식을 조절하고, 그 무의식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가 나라면, 나라는 인간은 소송의 주인공처럼 항상 이유를 모르고 소송을 당한 체 살아가야 한다. 내가 나를 소송하는 것이므로 도망칠 수도 없다. 또한, 내가 나를 소송했는데 그 소송이 무죄로 판결되면 나의 일부분이 사라진다. 인생은 내가 나를 고발하면서 유죄도 아니지만 무죄도 아닌 늘 꺼림칙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카프카는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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