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특히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관광이 아니라 검색이다. 식당, 카페, 숙소, 렌터카, 방문할 거의 모든 것을 검색한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만 가득 찬 여행이다. 독일에 와서 검색을 하다 보니 가끔 독일어로 검색하면 더 괜찮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다. 문제는 자판도 익숙하지 않고, 한국에서 게을렀던 사람이 갑자기 독일에 와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비슷한 단어를 영어나 심지어 한국어로 구글에 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내 의도를 알고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여러 번 검색하면서 생각한 것은 구글이라는 회사는 사람의 텍스트를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독해력이 좋은 회사이다.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한나 아렌트가 친구인 발터 벤야민의 이해도 구글과 비슷하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의 전기는 아니다. 보통 전기는 사람의 업적에 중심을 두지만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의견 혹은 이해에 초점을 둔 책이다. 벤야민 가족관계, 사회생활, 작품집 등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고, 하나 아렌트는 벤야민을 이해했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또한, 한나 아렌트가 정치 분석에 대한 심오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개별 인간에 대해 높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아귀가 잘 맞는 레고 조각이 있기에 그 조각으로 항공모함이든, 성이든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사람에 대한 이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살면서 많은 결정을 한다. 합리적인 결정과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이 모두 포함된다.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벤야민은 글쓰기에서는 그 누구보다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주 엉망이었다. 비교적 안전한 파리를 공습 공포 때문에 프랑스군 집결지 옆 동네로 이사를 갔다. 교수가 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시점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 한 두 가지 에피소드가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지도교수와의 관계, 결혼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서툴렀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조차도 한나 아렌트는 그 이유를 벤야민에서 직접 듣고 알려주는 것처럼 설명한다. 아마도 한나 아렌트가 잘했던 것은 소환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정 시점에 결정을 내리는 나와 평소에 행동하는 나는 다른 사람이며 한나 아렌트는 특정 시점의 사람을 불러내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가끔 "내가 미쳤나 봐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종종 한다. 나는 미친 것이 아니다. 그냥 지금 나의 시점을 볼 때 부족했던 내가 그 당시에 있었을 뿐이다. 많고 많았던 개별적인 나를 불러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마치 구글이 검색에 진절머리가 나버린 나를 이해하고, 베를린에서 '식당'이라는 한글 키워드로 꾸역꾸역 쓸마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