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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Jul 18. 2023

야구는 억지스러워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이해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서라는 행위도 예측행위다. 글을 읽고, 다음 문장을 예측하고, 예측이 맞음을 확인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이해 과정이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이해 과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소설이다.


'우리들이 일기를 교환한 내용은 슬라이드로 차례로 비쳐 드릴테니 화면 쪽을 주목해 주십시오. 우선 이건 제 일기의 한 페이지입니다. 투두라 메멜에크, 투두라 메멜에크, 투두라 메멜에크 이건 부두교에 전해지는 무서운 주문인데 세 번 외우면 누구나 죽는대 그렇지만 근처 유치원에서는 모두 외우는데 아무도 안 죽는대 이상하지'


각 문장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일기와 투두라 메밀에크의 관계를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전에 도대체 투두라 메밀에크는 또 무엇인가??? 책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은 독자도 이 문장만 지금 읽은 사람도 문장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수준은 비슷하다. 화폐가 없는 공간에 떨어진 부자와 가난뱅이와 같다.


책의 제목도 특이하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왜 야구일까? 문학, 음악 등 우아하고 감상적인 주제가 많은데. 어쩌면 야구의 억지스러움 때문일지 모른다. 야구는 스포츠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야구는 움직임보다 멈춘 시간이 더 긴 스포츠이다. 멈추는 이유도 황당하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경기를 멈춘다.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간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쓸데 없는 농담을 한다. 더 이상한 것은 용병이 있어서 통역사까지 함께 경기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심리상담 후기 같은 일이 야구 경기에서 매번 발생한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볼과 스트라이크도 물리적인 기준이 아니라 심판이 상상하는 가상 공간에 의지해 구별한다. 경기장 크기도 다양하다 아니 같은 크기의 경기장이 없다. 유불리에 따라 펜스 높이를 높이거나 낮춘다. 경기의 많은 부분이 억지스럽게 조정되고, 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작가는 결국 야구의 억지스러운면과 문학의 억지스러운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정교하게 써진 글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그래서 이케아 조립설명서는 그림이다) 문학 같은 장르의 해석은 훨씬 더 다양할 것이다. 그런 문학에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겠다는 억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렇다면 100명이 읽었을 때 100가지 해석이 가능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억지스러운 스포츠인 야구를 주제로 더 억지같은 글을 쓰겠다. 만약 이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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