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마주한 공공언어
언어가 공간에 영향을 미칠까요?
공간을 구성하고 꾸미는 것에는 보통 여러 구조물이나 색깔, 그리고 물건들이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공간이 누군가만의 닫힌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라면 어떨까요? 도로 위 표지만, 광고물, 간판, 현수막, 포스터, 공연안내깃발, 버스정류장 안내문까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공공언어는 결국 공간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거칠어지고 부정확해지면 우리가 사는 공간도, 나아가 사회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며칠 전,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습니다. 버스가 도착하려면 12분 정도를 기다려야했습니다. 보통 거리에 서 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고 핸드폰을 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은 그저 멍하니 주변에 시선을 둡니다. 버스정류장 뒷편에 서 있는 나무에 맺힌 꽃망울에 '녀석 긴 겨울 잘 견뎌냈네' 혼자 칭찬도 해 보고요. 아빠랑 손잡고 오면서 '내가 먼저 요이똥'하며 달려가는 4~5살 꼬맹이의 쨍한 목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혼자 '귀여워' 웃기도 합니다. 그 시간이 소소한 힐링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그렇게 주변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버스정류장 유리면에 안내문 하나가 보였습니다. 뭔가 싶어 유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 승강장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친환경 승강장 조명시스템입니다.>
승장장, 친환경 승강장은 파란색 굵은체로, 태양광, 에너지원, 조명시스템은 붉은색 굵은체로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이 문장은 승강장에 설치된 조명시스템이 태양광이라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작동되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즉, 안내문은 이 승강장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적 전기가 아닌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 문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
하나. 승강장 조명이 태양광이라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작동
둘. 친환경 시스템 도입했
셋.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환경 보호 노력 강조
<이 승장장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친환경 승장강 조명시스템입니다.>의 경우 안내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좀 아쉬운 점은 '승강장 자체'와 '승강장의 조명 시스템'이 혼동될 수 있고 주어가 '승강장'인데 서술어는 '조명시스템'으로 어색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금 바꿔 정확하게 쓴다면 글쓴이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이 좀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승강장의 조명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입니다."
"이 승장강에는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조명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공언어는 결국 '소통'입니다. 모두가 이용하고 공유하는 공간 속의 언어는 명확하고 부드러울수록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언어는 공간을 채우고, 공간은 다시 사람의 마음을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