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유독 한국에만 날을 세우는 이유는?

-“동족 배제, 영원한 적, 완전붕괴” 쏟아냈다-

by 동욱

2098자. 532개 낱말. 52개 문단. A4 용지 3장.

김정은이 말로 쏟아 부은 분량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6년 2월 열린 9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한국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여동생 김여정을 스피커로 내세워 남한을 비난하더니 이번인 최고지도자 본인이 직접 등판했다.


비록 ‘소대가리’니 ‘특등 머저리’ 같은 원색적인 단어는 없지만 내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위가 높다.

김정은 9차 당대회 사업총화. 26.2.20. SBS

“한국은 공생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니다. 유화적인 태도는 기만책이고 졸작”이라고 하더니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이며 동족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휴전선 인근을 “요새화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한국의 완전붕괴”를 입에 올렸다.


미국도 비난하기는 했다.


“미국의 태생적인 적대적 시각과 강권으로 체질화된 불량배적 성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으며 그게 바로 침략자의 본성”이라고.


“미국과의 대결에 만반으로 준비해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다짐도 했다.


그런데…한국과 달리 여지를 뒀다.


미국이 북한 핵보유 지위를 존중하고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다. 향후 북미관계는 미국에 전적으로 달렸다며 은근한 러브콜도 보냈다.

북한 9차 당대회 모습.26.2.20.SBS

이런 김정은이 왜 한국에만 유독 날을 세우는 걸까?


심지어 김정은은 같은 사업총화 연설에서 “치열한 국가경쟁시대에서 국익은 사고와 관점의 기준이며, 모든 대외활동을 철저히 국익수호의 원칙에서 전개”하라고 본인 스스로 강조했는데 말이다.

한국과의 관계가 개선돼 북한 경제나 주민의 삶이 나아진다면, 북한에도 좋은 일 아닌가?


적대적이지만 ‘두 국가’로 정의한 마당에 본인이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한국과도 “호상관계, 정세변화를 예리하게 면밀히 주시하고 정확한 분석 평가에 기초해 대응책을 마련해 능동적으로 구사해야”하는 것 아닌가?


국익에 기초한 정세 판단을 하자고 하면서 유독 대한민국에만 이러는 이유가 뭘까?

북한 9차 당대회 참석자.26.2.20.SBS

김정은의 같은 사업총화 연설 한 토막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역대 한국 집권세력들은 음흉하게도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통해 우리 내부에 저들의 문화를 유포시키면서 그 누구의 변화를 꾀하고 나아가 우리 체제의 붕괴를 기도해 왔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역대 남한 정부가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로 변신시킬 야망을 품고 겉으로는 기만적인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면서 무장해제를 획책했다.”고도 했다.


K-컬쳐, 한류, 남한 정보와 문화의 유입이 북한 사회 내부를 흔들고 있음을 최고 지도자가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 “국가와 인민의 현재와 미래의 안전을 굳건히 담보하기 위한 역사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인민들의 정치사상 생활과 정신 문화영역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을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대표적인 게 2020년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본 주민을 처형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참고:진달래, 푸른 하늘, 삼태성의 공통점은?)

북한군 군사분계선 교량작업.24.6.18.서울신문

그런다고 정보의 유통을 완벽하게 차단 할 수 있을까?


새로운 문화를 동경하는 인간의 기본 성정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김정은은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남과 북은 통역도 필요 없고,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서로 말과 글이 통하는 관계라는 사실은 절대 불변이다.


한국이 만든 콘텐츠를 북한 사람들이 번역이나 자막 없이도 아무런 장애 없이 향유할 수 있다는 조건도 바뀌지 않는다.

북한 9차 당대회 참석자들.26.2.20. SBS

김정은은 핵 공격을 내포한 위협을 이어가더니 이렇게 결론짓는다.


“한국이 국경을 접한 지정학적조건을 탈피할 수 없는 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장의 주어를 북한으로 치환하면 김정은의 속내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북한이) 국경을 접한 조건을 탈피할 수 없기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우리를 건들지 말아 달라고”///


*제목사진은 북한 9차 당대회 참석자들이 회의장 둘러보는 모습.26.2.20.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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