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와 김정은의 ‘역대급’ 핵 차이-
2026년 2월 마지막 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역대급 분노(Epic Fury)를 쏟아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4차 핵협상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테헤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주요 간부들이 숨졌다. 하메네이의 37년 통치도 강제로 막을 내렸다.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포화 속이다.
2023년 10월 22일 미국 CBS 스튜디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시사 대담 프로그램 ‘Face the Nation’에 나왔다. 오래 전 유행어를 다시 꺼냈다.
“이 세상에는 악의 축이 존재한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다. 이들 나라와는 거래를 할 게 아니라 맞서야 한다.”
24년 전인 2002년 1월.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악의 축’ 발언으로 국제정치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란과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콕 집었다.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그때와 지금, 공통으로 ‘악의 축’에 포함된 나라는 이란과 북한이다.
두 나라는 닮은꼴이다.
‘악의 축’이자 테러지원국으로도 지정돼 있다. 경제 제재를 받는 것도 같다.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쥔 최고 지도자가 있고 37년 동안 통치한 최고 권력자가 존재하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 탓일까? 두 나라는 서로 협력하고 교류도 하고 있다. 무기 분야가 도드라진다.
미 국방정보국(DNI)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Rogue Allies: The Strategic Partnership Between Iran and North Korea』의 저자인 브루스 벡톨 교수는 “1980년대 초 북한이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전수한 뒤 이어진 협력관계는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지원하는 단계에 도달했으며 핵무기 영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북한과 이란의 협력이 ICBM 부품과 기술 이전 단계로 넘어갔다면 치명적인 확산 활동’이라는 것이다. <VOA>
북한과 이란의 결정적인 공통점은 핵이다.
두 국가 모두 핵을 원했고, 핵 때문에 미국의 압박을 받았고 미국과 핵 협상도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도 핵이다.
북한은 핵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란은 핵개발 문턱에서 폭격을 맞았다.
핵 완결 여부가 운명을 갈랐다.
피폭된 이란의 상황을 미리 예견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9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핵무력 사용을 정교하게 다듬은 정책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 핵무력이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굳건히 지키고 그 어떤 전쟁도 강력히 억제하는 자기 사명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누군가가 공격한다면 즉시 보복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공언했다.
“대상과 사명에 따르는 각이한 핵무기들의 군사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충적인 타격수단들과 운용지원체계들을 갱신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상’은 한국과 일본, 미국 영토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명’은 전쟁 억지뿐 아니라 보복타격이나 선제타격 같은 군사적 명령이 포함될 것이다. ‘각이한 핵무기’는 중·단거리 미사일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의미한다.
북한은 또 “핵방아쇠, 즉 통합핵위기대응체계의 가동과 운용시험 등 각종 연습을 통해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에서도 판단과 목적에 따라 여러 대응안 대로 핵무력을 동원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핵무력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공세적 선언이다.
김정은의 ‘핵방아쇠’는 조금 과장하면 2025년 공개된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나마이트(A House of Dynamite)」를 연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태평양에서 발사돼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ICBM을 미국이 요격하지 못하면서 발생되는 핵전쟁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실감나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안보보좌관, 군 사령관, 대북전문가,요격담당 군인,구급대원 등 관련된 모든 인물이 겪는 고뇌와 번민, 중압감과 좌절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핵을 가진 북한도 움찔한 듯하다.
북한 외무성은 이란 공습 다음날인 3월 1일 대변인 담화를 냈다.
“미국의 군사행동은 그 성격에 있어서 철두철미 불법 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그 이후의 북한 태도가 흥미롭다.
미국을 규탄하는 대변인 담화 이후로는 이란 폭격과 관련한 언급이 북한 매체에서 거의 사라졌다.
특히 북한 노동신문엔 3월 3일부터는 아예 이란이라는 단어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일주일 전인 2월 25일만 해도 노동신문은 ‘국제사회가 미국대사의 망발을 단죄’라는 기사를 실었고 심지어 폭격 다음날일 3월 1일엔 ‘이란안전군의 반테러 작전’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거짓선전 놀음을 규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거의 매일 이란을 옹호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던 것과는 너무나 비교된다.
왜일까?
북한 주민에게 이란 폭격 관련 속보를 감추고 싶어서 일까?
자칫 이 시점에 트럼프를 비난했다가는 혹시 모를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몸을 사리는 걸까?
전쟁의 향방을 숨죽이고 살피고 있는 건 아닐까?
비록 김정은이 핵무력 사용을 위한 ‘핵방아쇠’를 매뉴얼로 만들긴 했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힘에 여전히 떨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아니면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와의 만남 혹은 미국과의 접촉을 위해 북한이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걸까?
국제 정치·경제적 파장은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많은 시사점을 안긴 트럼프의 이란 공습이다.///
*제목그림은 구글 Gemini가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