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타치와 오징어게임이 한 공간에-
진달래. 푸른하늘. 삼태성.
봄, 가을처럼 계절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우주를 상징하는 듯도 하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스마트폰 브랜드 이름이다.
삼태성은 세 개의 큰 별이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세계적인 브랜드 삼성과는 어떻게 다르지? 차별점은 있을까?
조선신보가 2026년 2월 공개한 북한의 신형 스마트폰을 사전 설명 없이 보면 갤럭시 Z플립이나 S시리즈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북한 휴대폰 브랜드가 삼성 갤럭시를 본 따고 있다는 시각도 있고, 진달래 폰은 갤럭시와 아이폰을 섞어 놓은 것 같다는 언론의 평가도 있다. 최소 10개의 휴대폰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 북한말로는 손전화기.
스마트폰은 앞에 ‘지능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지능형손전화기’다.
타치폰이라고도 하는데 ‘평양 타치’라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북한에도 휴대폰이 꽤 많이 보급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24년 9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약 2400만 명의 북한 인구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650만 명에서 70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유선 전화기가 120만대 쯤 되니 휴대폰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통신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어린이와 노인을 빼면 성인 상당수가 휴대폰을 가진 셈이다.
북한매체는 ‘푸른하늘 무역회사’ ‘진달래 손전화기공장’등에서 “세계적 추세와 사람들의 기호에 맞고 편리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스팀슨센터는 “북한의 스마트폰은 모두 중국 업체가 주문에 맞게 생산해 주문자 상표 부착, OEM 방식으로 북한 업체의 이름을 붙여 공급한다”고 분석했다.
누가 만들었든 스마트폰이니 당연히 앱도 깔려있다.
‘번호판’(전화), ‘통보문’(문자), 지름길(지도), 명가수(음악)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처럼 휴대폰으로 못하는 게 없다. 아니 못하는 거 빼고 모두 다 한다. 게임도 하고 돈거래도 한다.
특히 “휴대폰을 소유한 개인 맞춤형의 콘텐츠 소비 성향도 감지되는 데 축구나 드라마 같은 주요 콘텐츠의 판매를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휴대전화에 한국 노래가 담긴 SD카드를 꽂아 헤드셋을 끼고 듣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를 휴대전화로 몰아보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휴대폰이 커뮤니케이션 도구일 뿐만 아니라 문화소비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정은미 외(2021),『북한의 정보화와 주민생활 변화』,통일연구원,pp.184-189>
참고로 북한은 1997년 전국적 정보통신망인 ‘광명’을 깔기 시작해 2000년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3GB 이상의 광케이블이 평양에서 전국 각 도청소재지로 연결됐고, 여기서부터 각 리 단위까지는 1GB 이상의 고속 통신망이 연결됐다.
스팀슨센터는 “2008년에 3G망이 채택됐지만 연결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고 한다. 평양 일부 지역에는 와이파이망이 개설됐고 4G는 2023년 도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북한의 지능형손전화기, 결정적으로 인터넷이 안 된다.
국제전화와 메시지의 수신과 발신도 막혀있다. 북한 당국이 차단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소프트웨어도 검열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외부 문물의 유입을 차단하고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영국 BBC의 2025년 5월 31일 보도가 흥미롭다.
“BBC 취재진이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에 한국어로 ‘오빠’를 입력하려 하자, ‘동지’라는 단어로 자동 수정됐다. 동시에 ‘오빠’는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나왔다.
한국에서 ‘오빠’는 연인 사이에서 남자 친구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북한이 이를 금지한 것이다.
‘남한’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보니 ‘괴뢰지역’으로 바뀐다.
사용자 활동을 몰래 감시하기 위해 5분마다 자동으로 화면을 캡처하고, 당국만 열람할 수 있는 폴더에 저장하는 기능도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다.
“주민들이 금지된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하는지 당국이 알아내려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으로 정보를 검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주민을 통제하고 있다.
2026년 2월 공개한 국제엠네스티 보고서는 “양강도에서 오징어게임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처형됐다”는 탈북자의 증언을 담고 있다. “한국 콘텐츠를 인민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썩은 사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짧게는 6개월마다 강제로 진행하고 있다.
부정한 사용 내역이나 불법 문서와 미디어를 열어본 흔적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북한 휴대전화에는 ‘열람리력(TraceViewer)’이라는 앱이 필수적으로 깔려 있는데, 이를 통해 국가는 개인이 사용 중인 휴대전화로 어떤 문서, 영상 파일을 열어봤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데일리NK,2022.7.8.>
그렇다고 못 볼까?
정보의 유통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휴대폰 보급으로 개개인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완전 통제가 가능할까? 통제와 감시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나 수법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당국의 휴대전화 감시를 피하기 위한 우회 프로그램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프로그램이 10여 종에 달하는데 과거보다 종류가 많이 늘어났고, 주민 수요도 상당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데일리NK,2022.7.27>
이름도 재미있다.
“*외부 문서나 동영상의 인증을 회피하는 PC프로그램 ‘비둘기’와 ‘참매’ *특정 파일을 숨기는 ‘3차원 체계’
*파일 열람 이력을 삭제하는 ‘미궁’ 등이 있다.
2022년 5월 개발된 우회 프로그램 ‘가락지’는 순수 프로그램 가격이 60달러인데 청년, 대학생, 보위, 안전, 당 일꾼, 연구사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NK,2022.7.27.>
북한 밖 세계의 정보나 콘텐츠의 유통을 막아 사상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북한 당국과 이를 우회하려는 소비자의 움직임. 막으려는 하고 뚫고자 하는 모순 전쟁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인류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명과 암도 분명하다.
기술의 발전이 경제활동을 편리하게 하고 소비와 문화를 다양하게 만든다. 정보의 흐름도 평등하게 한다. 동시에 당국이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고 개인의 일상생활을 빠짐없이 감시하는 ‘빅 브라더’의 우려도 상존한다.
북한 경제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지구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전 지구적으로 현실화되면 북한 당국은 어떤 우산으로 전파를 막을지, 어떤 방패로 북한의 폐쇄 구조를 지켜낼 지 궁금하다고 했다.
공포를 키워 외부의 관점과 사상에 접근하는 시도 자체를 차단하려는 북한 당국과 통제를 우회해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누리려는 소비자 욕구와 호기심 사이의 충돌.
누가 최종 승리자는 될까? ///
*제목배경으로 사용한 사진은 MBN에서 캡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