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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사장의 서고 Oct 05. 2018

효율적으로 착한 사람 되기

 언뜻 생각하기에 '착한 사람'이라는 단어와 '효율적'이라는 단어는 양립하기 힘든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보통 효율성은 '이기적'이라는 단어와 더 자주 연관되니, 선행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착한 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상정하고 있는 독자는 아주 명확하다. 뜨거운 이타심을 갖고 남을 돕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효율적'인 이타적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 이들 모두. 나는 이 범주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므로, 기부건 봉사 건 뭔가 이타적 행위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사상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려 28살에 옥스퍼드 대학 '부교수'로 임용이 됐는데, 그런 사람이 작정하고 아주 냉혹하게 선행을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쓴 책이라 보면 된다. 착한 사람을 위한 가이드라고나 할까? 이렇게 말하면 뭔가 대단히 새로운 봉사 방법이라도 알려주는 것 같겠지만, 사실 그가 하는 말들은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다. 선행도 과학적으로 그 결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되려 이 책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그가 소개하는 평가 방법론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 분야에 아무도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결과를 평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A라는 기부처와 B라는 기부처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A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손 씻기와 모유 수유의 중요성 등의 보건 교육을 하는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는 곳이고, B는 아프리카 지역의 빈곤가정(초가집)을 찾아 직접적으로 현금을 전달해주는 곳이다. 이때, 당신이 10만 원 정도의 기부를 한다면 두 단체 중 어떤 곳을 선택하겠는가? (두 곳 모두 기부금 중 운영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낮고, 집행이 투명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별다른 고민 없이 마음이 끌리는 곳을 고를 테다. 더 불쌍한 광고모델을 사용한 곳이라던가, 전후 비교에서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곳 따위의? 나 같은 경우는 '아프리카에서 라디오 방송을 한다'는 점에서 좀 갸우뚱했기에, 직접적으로 현금을 전달하는 B 기부처가 더 적합하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책을 보시면 매우 구체적으로 수치를 산정해서 비교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라디오 방송을 내보낸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비교하면 아동들이 질환을 앓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변화되었다. 거기에 더해, 저자는 이런 사업이 중요한 이유를 한 가지 더 든다. 사람들에게 현금을 준다고 해서, 그들이 그 돈을 보건교육 비용에 지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서평)에서도 나오듯, 빈곤국 아동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설사병으로 인한 사망이다. 집에서 수도꼭지만 틀어도 소독된 수돗물이 나오고, 그것도 더럽다(?)며 다시 정수해서 먹이는 선진국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실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정수시설이 갖춰진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오염된 지하수나 냇물, 우물물을 마신 아이들은 설사병에 걸려 탈수로 사망하는 경우가 잦다. 수돗물도 없는 곳에 설사약이나 항생제가 있겠는가.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서 손 씻기라던가, 모유수유(모유에는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항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것들이 필요함을 이렇게라도 알려야지 아이들이 덜 죽는다. 선진국에서는 보건교육을 받아서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진 않더라도 알고는 있지만, 이 사람들은 비누가 귀중품인 줄 알고 있으니까. (덧붙여 손 씻기는 일상적인 매너가 아니라 보건학적으로 꼭 필요한 행동이다. 참고)  




 이런 식의 사업 평가는 물론이고, 저자는 개인 차원에서 행하는 봉사에도 날카로운 분석을 가한다. 체력이 부실한 룸펜 남성 하나가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약사로서의 직능을 살려 얻은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것이 나을까? 조금 더 나아가, 슈바이처 박사처럼 아프리카로 직접 의료봉사를 가서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미국에서 수십억 연봉을 받으면서 그 돈의 절대다수를 기부하는 삶이 더 세상에 도움이 될까. 그런 추상적이고 감정적 영역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해부해서 어떤 것이 가장 세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한 재밌는 책이다.




개인적 별점은 ★★★★. NGO 활동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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