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니 스탁 Jul 09. 2023

<빅쇼트>대해부 : 냄새를 맡는 야수들(1)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지옥행 열차 앞에

줄을 선 사람들


까다로운 마크 바움의 팀은 재러드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주택시장 현장을 방문합니다. 그들이 만난 공인중개사는 여기저기 물건을 신나게 소개합니다. 급매물이 증가하고 잘 팔리지 않지만 단기 침체일 뿐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깔깔거립니다. 그 역시도 '부동산 불패'를 진짜로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난 돈만 벌면 돼 ⓒ IMDb


다음으로 만난 뇌 용량이 1g도 안될 거 같은 대출 브로커는 현금 많은 밤무대 스트리퍼 여성들에게 마구잡이 주택대출을 해주고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며 떠벌립니다. 동료는 한 술 더 떠 영어가 서툰 가난한 이민자들을 노린다며 수익이 쏠쏠하다 자랑합니다. 이놈은 양심이 1g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집만 사면 부자 만들어 준댔어요 ⓒ IMDb


거리에는 '급매'라 써 놓은 팻말들이 가득하고 방문한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는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이 휑하니 비어있어 둘러보다 갑자기 만난 악어에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놀라긴 아직 일러 ⓒ IMDb


악어의 사냥법은 독특합니다. 물속에서 눈과 코만 빼꼼 내밀고 은밀히 접근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갑자기 먹이를 덮쳐 물고 물속으로 끌고 가 빙글빙글 돌립니다. 그런데 먹이가 죽는 이유는 악어의 강력한 턱에 물려서가 아닙니다. 원인은 주로 '익사'입니다. 이 영화에 출현한 악어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접근해 피해를 입히지만 희생자도 목격자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게 만드는 흉폭한 약탈적 금융'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 IMDb


마크 바움 팀은 현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점점 재러드의 제안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집 값이 오를 거라며, 한 채도 아니고 여러 채의 집을 대출을 당겨 사게 하는 일. 자기가 무엇에 서명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을 자신의 성과급을 올리기 위해 이용해 먹는 놈들. 용서할 수  있으신가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돈만 되면 독이든 폭탄이든 무엇이든 팔아먹는 자. 소시오 패스 같은 그들은 말쑥하고 전문적인 말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를 자처했던 한 슈퍼 개미가 선취매 수법으로 수십억을 챙긴 혐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선취매란?

자신이 미리 주식을 매집해 두었다가 회원들에게 추천, 주가를 끌어올려 고점에서 팔아먹고 빠져나가는 수법. 이들의 사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단 회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멘토, 선생님, 전문가 행세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올립니다.

2. 종목을 추천해 주고 일부 종목은 실제 수익도 안겨줍니다. 점점 신격화됩니다.

3. 이쯤 되면 유료서비스를 개설합니다. 회원제 SNS채널, 채팅, 문자, 카페 등입니다.

4. 이때 조직이 동원됩니다. 주로 제자를 키운다고 말하죠. 순진한 초보들은 그들을 몹시 부러워하며, 그들마저 신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들은 회원들을 모으는 삐끼에 불과합니다.

5. 미리 매집한 종목을 일제히 매수 추천하여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6 우두머리와 조직의 핵심멤버들은 적당한 시기에 일제히 물량을 매도하고 빠져나가 버립니다.

7. 맨 나중에 추천받은 이들은 고점에서 물량받이가 됩니다. 남은 건 빠지는 거품, 폭락, 엄청난 손실뿐입니다.

8. 원망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모두 투자자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이 그렇습니다.


그는 늘 개인 투자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했고  바보처럼 투자하지 말라며 희생자들의 자존심을 긁었습니다. 시트만 봐도 은근히 좋은 차임을 알 수 있게끔 각을 잡고 출근길 라이브 방송을 하며 부를 과시했습니다. 편안(?)해 보이는 외모와 어눌한 말투로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영리하게도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 주식 가격을 올리는 세력처럼 이용한 겁니다. 




다친 마음은

보상이 없다


저 역시도 사회 초년기 저의 자산과 미래를 몹시도 걱정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상냥하고 친절한 말씀에 감동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노동착취를 당했고, 보험을 잘못 들고, 엉뚱한 종목을 매수했으며, 그들의 가짜 투자 비법에 회원비를 갖다 바쳤습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지 오래지만 이 이 일은 지금도 어디서든 끝없이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슈퍼개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음마저 다치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신뢰가 두텁고 수많은 유명 유투버들의 초빙을 받아 출연했으며, 지상파에도, 정치인을 만나는 자리에도 나왔을 만큼 모두가 인정한 투자의 스승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처음부터 이상하다 말하고 다녔지만요. 저의 반골 기질 때문이니 자랑이 아닙니다.


빛의 속도로 튀었습니다 ⓒ 헤럴드경제(유튜브 캡처)


당신에게 싸인 하라며 내민 서류에 유명 브랜드가 있건 말건 상관없습니다. 이모, 삼촌, 형제 누가 추천하든 금융의 속성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배너에 놀라운 수익률보장이란 문구를 보면 클릭하고 싶으시죠? 수십만 명에게 뿌려진 그 배너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내 생애 부자가 될 멋진 전문가를 만나실 수 있다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역사동안 개인투자자 90%가 손실을 입은 일은 대체 왜 생긴 걸까요? 나를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말입니다. 투자시장에서는 아무도 믿지 마세요.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 설계된 상품과 서비스는 없습니다. 내 실수가 아닌 누군가를 믿어 돈을 잃으면 마음이 망가집니다. 정신 차리고 노력하면 돈은 돌아올 수도 있지만 부서진 마음은 평생을 갑니다. 그러니 투자하실 때는 아무도 믿지 말기를 바랍니다. 오직 스스로 공부하고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혼자 가야 할 길 ⓒ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빅쇼트>잠깐, 빚투'가' 문제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