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전생에 느~무 게을러 이생에서 생고생 중인 토니스탁. 주말에 겨우 로그인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브런치 독자님들께 그래도 진심과 정성으로 글을 써 봅니다. 이전 편에 이은 마크 바움의 팀의 이야기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부동산 현장을 본 마크 바움 팀들은 자신들의 투자에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건 만만찮은 ‘부조리’의 벽이었습니다. 마이클 버리가 예상한 모든 지표들이 하락을 하고 드디어 수익이 나야 할 순간이 지났음에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파생상품의 가격이 오히려 올라갑니다.
“어라? 이게 뭐지? 우리 투자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을까? 이게 말이 돼?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수익은 나지 않는데 CDS 프리미엄은 매달 계속 지급해야 합니다. 상품의 가격이 올라 더 많은 프리미엄을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자 모두는 이제 당혹감과 회의감에 빠져 휘청거립니다.
CDS 프리미엄 : 미국 주택시장이 망할 거라는 데 배팅하기 위해 '마이클 버리'는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이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했습니다. 부도와 신용을 서로 바꾼다는 뜻으로 기업, 국가, 상품이 부도가 나면 보상을 해주는 일종의 보험입니다. 대신 CDS 프리미엄(Premium)을 내야 하는데요, 보험료 같은 거라 보시면 됩니다.
마크 바움팀은 자기들끼리 논쟁을 벌이다 애초에 이 상품을 팔아먹은 도이치방크의 재러드를 불러다 족치기로 합니다. 재러드는 자기를 둘러싼 채 침을 튀기며 양아치 취급하는 그들에게 오히려 반문합니다. 저는 이 대사를 들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는데요,
시장의 모순에 배팅을 해놓고
당신들은 지금 시장을 믿고 있지 않나?
맞습니다 우리의 하찮은 믿음은 늘 이렇게 흔들립니다. 피 같은 돈을 투자하고 숫자가 변하면 단 5분 사이에도 몇 년씩 보유한 종목에 대한 마음이 뒤집힙니다. 그 종목을 왜 샀으며, 왜 보유했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분명 옳은 투자였었는데 말입니다. 몰락하는 부동산 왕국의 폐허에서 보물을 캐낼 것만 같았던 그들이 영화 속에서 당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이걸 실제로 겪는다면 아마 지옥일 겁니다.
물론, 그들은 버텼습니다. "대단하죠?"라고 말하고 싶은데.. 음.. 사실 저는 이들의 모습이 하나도 멋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번의 배팅에 모든 자산을 것을 건 마이클 버리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어떤 일도 일어나는 투자시장에서 시장의 말도 안되는 역주행이 더 길게 이어졌다면 정말 어쩔 뻔했습니까? 미국정부가 미친 척 부양책을 써서 은행의 파산을 막고 세금으로 막아 버텼다면 그가 배팅한 상품이 오히려 부도가 나버렸을 수도 있었습니다.
마이클 버리의 업적을 한낱 개인 투자자에 불과한 제가 결코 폄훼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배울 점이 ‘와우, 나도 저 사람 처럼 해야지, 인생은 한방이야!’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걸고 미친 사람처럼 사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닙니다. 나눠서 투자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하는 것. 그리고 그 원칙을 평생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한 번의 승부를 위해 올인하는 것보다 훌륭합니다. 당신의 그릇이 작다고 비난하는 자들의 면상을 아주 갈겨 버리세요. 그들의 사소한 참견이야 말로 악마의 속삭임입니다.
100명의 무모한 투기는 99명의 파산자를 만들고 1명의 신화를 남긴다면, 100명의 올바른 투자는 80명의 부자를 만들고 15명의 큰 부자를 만들고 1명의 슈퍼 리치를 만듭니다. 뭘 해도 안 되는 운 없는 나머지 사람들도 원칙을 지킨다면 다음 시장에서 반드시 부자의 대열에 합류할 겁니다. 이들 100명은 평생 지속 가능한 투자자로 남아 ‘골디락스 인생(Goldilocks Life)’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주 1. 숫자는 그냥 재미로 할당한 것입니다.
주 2. 골디락스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동화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곰들이 끓인 세 가지 수프 중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를 먹고 기뻐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뜻합니다. 신중하게 결정하다, 딱 적당한 상태라는 뜻도 있어 여기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붙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