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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Aug 20. 2023

<빅쇼트>대해부 : 환장하겠네!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 쳐 맞기 전까지는



이제는 너도나도 인용해 흔해빠진 마이크 타이슨의 어록을 투자시장에 빗대어 바꿔봤습니다. 전성기 핵펀치에 스쳐도 KO였던 타이슨은 한 인터뷰에서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 까지는)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전 단지 이 말이 으스대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말에 그치지 않고 나름 심오한 진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GIPHY
실제 원문은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hit. Then, Like a rat, they stop in fear and freeze." (누구나 얻어맞기 전까진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얻어맞으면 쥐처럼 공포에 떨고 얼어붙을 것이다.)였다. 사람들은 이 말을 줄여서 옮겼고, 해학의 민족 한국인은 '쳐맞기 전까지'라 의역했다.


투자시장에 들어올 때 누구나 꿈을 꿉니다, 핫한 종목을 사서 가격이 팍 오르면 파는 거죠. 그리고 부자가 되어 빨리 은퇴하고 삶을 즐기고 싶다! 거창한 꿈인가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잔혹함과 부조리로 점철된 실체를 그야말로 '정면으로 쳐 맞으면'정신이 혼미해집니다. 내가 산 것만 내리고, 내가 팔면 오릅니다. 보유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을 추락시켜 기나긴 세월 지하실에 파묻어 버립니다.


환장하겄네! ⓒ IMDb


우리의 '투자 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는다면 타이슨의 저 말이 뼈저리게 와닿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투자시장은 역시나 부조리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주인공 마이클 버리조차 미국 주택시장이 하락은커녕 꼼짝 않고 오히려 가격이 오르자 거의 미친 사람의 몰골로 서류뭉치와 이메일, 전화통에 파묻히고는 사무실 바닥에 쓰러집니다.


자신이 책임을 맡은 사이언 투자사 자금 거의 전부를 하락 배팅에 몰빵 했기 때문에 실패는 곧 파산이자 업계에서의 퇴출을 의미했습니다. 투자평가액은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칩니다. 축 늘어진 어깨로 퇴근하고 집에 가서는 지하실에 처박혀 괴성을 지르며 드럼을 박살 냅니다. 왜 이럴까요? 그가 전부를 건 도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게..  ⓒ IMDb


영화적 언어로 보면 '주인공의 고난 혹은 위기'부분에 해당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야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죠. 그런데 이게 여러분의 현실이라면 어떨 것 같으세요? 막 동경하고 모방하고 싶으신가요? 자녀들에게 '너도 저렇게 살라'며 가르치고 싶으신가요? 후배들에게 '인생은 마이클 버리처럼 한방에'라고 조언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시장의 카운터를 맞으면 정신이 혼미하죠. 들어가는 자기 펀치의 속도가 빠를수록 카운터 펀치의 충격은 더 큰 법입니다. 이번에 크게 한번 벌고 싶다. 이 종목은 확실하니까. 이번 시장은 정말 확실하니까. 조금씩 벌어서 언제 부자 되겠냐고 하죠.


단기투자, 중기투자, 장기투자 어떤 것이 맞는지 정답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돈을 벌면 그 투자는 옳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 일생동안 계속해서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강하게 치고 빠지려는 자들의 대부분에게 늘 비참한 KO패를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너무 짧았어... ⓒ Pixabay


얼마 전 꿈의 소재 '상온 초전도체 LK-99' 발견소식으로 투자시장은 난리가 났습니다. 관련주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세력들이 이런 걸 놓칠 리 없죠. 평소에 오던 스팸 문자조차도 그걸 들먹이며 쏟아집니다. 또 얼마나 많은 불나방들이 희생되었을지.. 몇 주 되지 않아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소식이 들리고 당연히 관련주식들은 줄줄이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 YTN YouTube
ⓒ 엠빅뉴스 YouTube


저는 이 두 기사의 관점에 아직 100%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애플도, 휴렛팩커드도 출발은 허름한 차고, 오두막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록그룹 중에 얼마나 많은 '거라지 밴드'들이 있나요? 이들이 개발했다는 물질이 초전도체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합성고무, 다이너마이트, X-Ray, 포스트 잇, 강화유리, LED 전구, 하다못해 초코칩 쿠키까지.. 셀 수도 없는 것들이 애초의 계획이 아닌 우연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LK-99가 인류의 역사에 뭐가 될지 속단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는 다릅니다. 세력들의 미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산업과 기술, 정치, 언론, 학계를 아우르며 오직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는 그 막강한 집념을 여러분이 보는 너튜브와 깨톡문자로 이길 수 없습니다. 뉴스나 이벤트, 자기 확신에 의한 투기심으로 달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오직 인류의 삶과 산업의 거대한 사이클을 따라 시간을 투자하는 원칙만이 지속가능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습니다. 타이슨 주먹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시장에게 쳐 맞아보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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