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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Sep 25. 2023

<빅쇼트>대해부 : 사기의 맛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영화 <빅 쇼트> 연재 중 사기뿐만 아니라 금융상품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판매하는지, 투기심에 관한 글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영화 줄거리를 다시 따라갈 예정입니다.






띠링..! 오늘도 여지없이 울리는 투자 관련 스팸문자. 어디 불법적인 곳에 가입한 적도 없고, 해외 사이트에 함부로 들어간 적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내 전화번호가 유출되는 거며, 심지어는 실명까지 거론하는 문자, 카톡이 오는 걸까요? 못 막는 걸까요, 안 막는 걸까요?


김미영팀장이 보낸 건 이제 애교문자로 보일지경. 명절 택배 문자처럼, 해외결제 문자나 사고로 위장하는 등.. 스미싱은 날로 교묘해져 가네요. 그래도 이런건 티라도 나죠 대부분 큰 사기는 아주 훌륭하고 완벽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빅쇼트>에 나오는 모기지 파생상품 판매자들도 직업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아래 언급된 사기꾼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나만 믿으라! <Wolf of Wall Street> ⓒ GIPHY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도록 훈련받은 이들, 조직적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몇 번 작은 수익을 주어 신뢰를 얻은 다음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만들죠. 그리고 한방에 보내버립니다.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프라이드를 심어줍니다.


저 밖의 바보들과는 달리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나(사기꾼)를 만났으니까 인생역전이라 말합니다. “나의 꿈은 여러분 모두를 부자로 만드는 것입니다."라며 나 안 만났으면 찌질이가 됐을 거라며 겁도 주죠,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주는 겁니다.

 


사기는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려준 채
공포 영화를 보여주는 것, 둘 다 환상일 뿐



갑자기 그분(사기꾼)의 뒤통수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얼른 가족, 친구들 불러서 자랑하고 싶고, 내가 아는 걸 나누고 싶습니다.


(실화)

수십 년 전 저의 집안 어른 중 한 분이 폰지사기(피라미드 비슷) 조직의 무료강의에 끌려들어 갔다 세뇌됐습니다. 다짜고짜 제가 일하는 회사로 찾아와 투자를 종용하던 그 동태눈을 잊을 수가 없네요. 은행출신의 그 똑똑하신 분이 말입니다. 그 때 전 사회초년생이고 저보다 어른이셨지만 혼쭐을 내드렸습니다. 다행히 정신 차리시고 그 길로 가지 않으셨습니다.


어르신, 강연회에서 춤 좀 추신 듯..  <Wolf of Wall Street> ⓒ GIPHY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장님 후광은 어디 가고 경찰서를 드나듭니다. 나를 소개한 절친은 전화를 안 받습니다. 입금은 했는데 출금이 안됩니다. 오른다던 종목은 폭락하고 약속한 수익금은 입금이 안됩니다. 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지만 답이 없거나 오히려 협박이 되돌아옵니다. 놀란 마음에 사기꾼들의 회사 앞으로 달려가보지만, 그 앞에는 나와 같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혼절하여 쓰러져 있습니다.



이런 투자 상품은 사기입니다.


1. 짧은 기간 안에 수익을 약속

2. 무조건 확정 수익을 약속

3. 시중 금리보다 몇 배의 수익을 보장

4. 절대 손실이 나지 않는다 약속

5. 특정 소수에게만 주어진 기회라고 함

6. 기간이 촉박하여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함

7. 다른 사람들도 다하는데 왜 안 하냐고 함



이걸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1. 너 마음 급하지? 인내심이 부족하지? 내가 잘~ 알지

2. 미친... 세상에 확정 수익이 어딨냐, 있으면 내가 전재산 털어서 하지. 그런데 넌 세상물정 모르는 호구니까.

3. 몇% 수익을 우습게 아는 너의 허영심을 읽었거든

4. 손실 없는 투자라니.. 돈은 벌고 싶고 리스크는 안기 싫고, 도둑놈 심보냐? 근데 넌 그걸 가지고 있네?

5. 너한테 온 정보면 이미 꾼들이 다 해 먹었지.. 그런데도 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

6. 서둘러...! 이러면 네가 쫄걸 알아.

7. 소외되기 싫잖아 넌 FOMO 증후군 환자니까.



온전히 보상받는 예는 극히 드뭅니다. 운 좋게 원금을 건진다면 다행일까요? 아니죠. 그 기간 동안 사라진 내 시간과 정신적 피해보상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벌어진 가정불화나 건강악화, 또 다른 기회의 상실은 돈으로 환산이 안됩니다.


징벌적 배상 개념이 희박한 우리나라에선 구제가 더 어렵습니다. 사기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이런 일들은 몇몇 소수에게만 일어나는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치 뉴스만 검색해 봐도 유명 금융회사를 포함한 관련 금융 사기들이 한 두건이 아닙니다.


피해자의 탓을 해선 안됩니다만. 어떻게든 빨리 많이 벌고,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쉽게 벌려는 한순간의 욕심이 큰 원인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탐욕스러운 사람, 세상을 모르는 사람,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사람. 모두 다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 알면 게임 끝이다.
- 영화 <범죄의 재구성> 대사 중 -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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