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니 스탁 Jan 27. 2023

<빅쇼트>대해부 : 핵인싸에서 민폐국으로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영화 <빅쇼트> 대해부 연재로 영화 해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먼저 짚어보고 있습니다. 혹여,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묻지 마시고 저와 함께 차근차근 기초 지식을 쌓아가시죠. 엄지 손가락 속도를 조금 낮추고 진짜 공부를 해보아요. 제가 꼽는 두 번째 결정적인 역사적 사건은 바로 1929년에 발발한 미국발 대규모 경기침체 즉, '대공황'입니다. 앞서 살펴본 '광란의 20년대'가 가져온 필연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버블은 반드시 꺼지고, 폭등은 폭락과 한쌍입니다. 반드시, 언제나 그랬습니다.


대공황으로 인류는 교훈을 얻었을까요? 글쎄올씨다..입니다.




결정적 순간 02

대공황(Great Dpression)


대량생산과 과잉투자, 자산버블에 무역적자까지 겹치자 미 연준은 금융권 부실화부터 막아야 했습니다. 결국 1927년에 이르러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합니다. 흔히 말하는 '시중의 돈을 거둬들인다'*는 말이 됩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기준을 올립니다. 이제 더 많은 이자를 주어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빚을 줄이거나 갚아야 합니다. 예금이자도 올라 하락중인 주식, 부동산 보다는 저축이 낫습니다. 은행으로 돈이 되돌아가는 겁니다. 시중에는 돈이 마릅니다. 소비가 줄고, 물가 인상이 느려집니다. 버블이 꺼지는 겁니다.


말은 참 좋습니다만 그 과정은 끔찍합니다. 1929년까지 돈잔치 중이던 미국은 주식시장부터 대 폭락을 맞습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뉴욕 대형 은행들이 당시 대출 조건으로 걸어 두었던 '24시간 내 지불조항'을 근거로 모든 자금을 회수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급히 빚을 청산해야 하는 주식 브로커들과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폭락하는 주식이라도 마구 내다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쏠림과 가속도가 붙습니다. 오르면 오르는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탐욕과 공포의 되먹임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를 누군가는 '인간의 광기'*로 표현했습니다. 결국 1929년 10월 28일 '블랙 먼데이'에 다우존스는 -12.8% 폭락했고 그 이튿날 10월 29일 '마의 화요일'에는 -11.7% 나 떨어졌습니다. 하루 만에요...


대공황 전후 다우존스 지수 ⓒ Trading View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대규모 경기 침체 즉, ‘대공황’*이 발생하는 순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인간의 심리는 늘 집단에서 벗어나면 공포를 느낍니다. 원시 시대부터 집단생활을 하며 생긴 생존본능입니다. 큰 하락은 더 큰 하락을 부추깁니다. 그 와중에도 기회를 포착하는 세력도 있었는데요. 증시 하락과 공포심리를 이용한 공매도 세력(중요)*들이 기승을 부려 추락하는 증시에 기름을 들이붓습니다. 주가지수는 결국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납니다. 이 말은 개별 종목은 휴지조각이라는 뜻입니다.


위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의 돈이 줄어 금융권의 부실화를 막는다고 그랬죠?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그 속도가 안정화의 속도를 앞서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못갚는 상태가 되고, 돈을 못 받은 은행도 파산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자를 아무리 많이 준대도 은행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미국이 그때 그랬습니다. 부실한 대출로 파산위기를 맞은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 런(Bank Run)'*이 발생합니다. 9천여 곳의 은행이 그 과정에서 파산합니다. 돌려주지 못한 돈이 무려 약 32억 달러였습니다. 은행에 돈을 넣었는데 없던 일이 된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고 길바닥에 나 앉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하우스 푸어 였고, 공격적 투자자였고, 저축도 안 했으며, 할부를 잔뜩 안고 있었거든요. 경기는 침체 수준을 넘어 고꾸라지고 있으니 소비시장은 순식간에 쪼그라듭니다. 사람들은 수입이 끊겨 기본적인 생필품과 먹거리조차 구할 돈이 없습니다. 흥청망청 하던 시절 과잉 생산된 재고가 넘치지만 팔리지 않습니다. 그 결과 2만여 개의 사업장이 재고만 떠안은 채 문을 닫고 실업률은 무려 26%*에 육박합니다. 도시는 노숙자, 거지가 속출합니다.


대공황 당시 빵 배급을 받기 위한 줄 ⓒ Public Doain


농촌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 전국 농축산물 가격은 -60% 폭락합니다. 이건 원재료비, 사료값도 못 건질 판입니다. 농부들은 특히나 기계화에 발맞추느라 구매한 수많은 설비투자비용을 갚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수확해야 할 밀밭을 갈아엎고 가축들을 불태워야 했습니다. 팔수록 손해이고 가축을 키울수록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중산층 농부들이 땅을 잃고 소작농으로 전락합니다. 미국의 국민소득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파산으로 인한 자살, 굶주림, 질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습니다. 대공황은 서서히 전 세계로 번져나갑니다. 전 세계 GDP는 -15%나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대공황을 요약한 건 이 정도입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를 쓴다면 이 사건만으로 책 한 권, 아니 몇 권은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참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내용이고, 많이 듣던 소리인데.. 기분 탓인가? 아니었습니다. 모지리 인류, 적어도 경제사에 있어 인류는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수백 년 동안 대공황과 정도는 다를 뿐 비슷한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그 많은 경제학자, 정치인, 지식인, 전문가들은 왜 대공황의 교훈을 후세에 물려주지 못하는 걸까요?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후퇴를 핑계로 또다시 역사상 최저금리*를 경험했습니다. 그 결과 주식, 코인, 부동산의 무지막지한 자산 버블을 보았고 2023년 현재 무지막지한 금리 안상을 맞닥뜨렸습니다. 주가는 속수무책이고 코인은 지하실을 파고 들어갔으며 영끌족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폭등과 폭락은 한쌍이라니까요. 그러나 저의 관점은 비극에 대한 단순 해설이나 비관론이 아닙니다. 앞의 말을 간단히 뒤집기만 해도 '폭락과 폭등도 한쌍이다'*가 됩니다. 다시 말해 경제사에 있어 끔찍한 비극 뒤에는 늘 화려한 상승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빅 쇼트>를 분석하는 진짜 의미입니다. '투자는 위험해!'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배우고자 함입니다. 남아 있는 8개의 결정적 순간을 차근차근 읽고 영화 속 이야기들을 꼼꼼히 살펴보시고 금융용어들을 이해하다 보면 좀 더 투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지리라 믿습니다. 킵 고잉!




시중의 돈을 거둬들인다 : 우리말로 '양적축소'라 합니다.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인상(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자산에 거품이 낄 때 쓰는 정책입니다. 크게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시행합니다. 테이퍼링은 '뾰족한 끝'이라는 뜻으로 시중에 공급되는 돈의 물리적인 양을 줄이는 것이고, 금리 인상은 이자를 올려 돈을 못 빌려가게 하는 것입니다. 반대는 '양적완화'라고 하며 금리를 낮추어 대출을 많이 해주는 상황이 되겠죠. 경기 침체를 막거나 부양이 필요할 때 씁니다. 각각의 내용은 뒤에서 아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의 광기 : 만유인력을 발견한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한 말로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뉴턴이 세계 3대 투자 사기사건 중 하나인 '남해회사 거품' 사건에서 지금 돈으로 거의 40억에 해당하는 거액을 날린 뒤 한 말입니다. 초반엔 제법 큰돈을 벌었지만 매도 후 계속 오르는 주가에 조바심이 나서 수익금까지 몽땅 배팅한 뉴턴. 결국 사기로 밝혀진 남해회사의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초보 개인 투자자들과 어떻게 이리도 똑같은지... 씁쓸한 것은 그가 말한 '광기 어린 인간'은 그 자신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천재이고 학식이 높아도 자본시장 앞에서는 경험과 철학이 없으면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남해회사 버블 사건으로 재산의 2/3를  잃은  뉴턴 ⓒ Public Domain


대공황 : Great Depression. 1929 ~ 1939년에 이르는 10년간의 세계경제 대 침체.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부담, 낮은 임금의 착취구조로 인한 구매력 하락, 과잉 투자에 따른 자산 버블이 경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며, 당시 미국이 취했던 높은 관세정책(스무트-할리관세법)이 세계 물동량을 -65% 감소시키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킨 복합적 결과로 분석됩니다.


공매도 세력 : 공매도는 영어로 Short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죠. 상승하면 수익이 나는 일반 투자와는 달리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이 커지는 투자방법입니다. 농부와 사과의 비유가 많이 쓰입니다.


1단계. 사과 빌리기 : 사과의 가격이 100원일 때 공매도 세력이 농부에게 사과를 빌립니다.

2단계. 사과 팔기 : 빌린 사과를 100원을 받고 팝니다. 공매도 세력은 사과를 재배하지도 않고 일단 100원을 가지게 됩니다.

3단계. 사과를 되사기 : 사과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에 배팅하였으므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림... 그럴 리가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사과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언론과 전문가, 심지어는 정치권까지 동원, 온갖 악재와 지라시를 퍼트려 사과는 몹쓸 과일이라며 먹으면 죽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결국 사과 가격이 50원까지 폭락하게 됐다고 칩니다. 이때 공매도 세력은 아까 확보한 100원에서 50원을 척! 꺼내 사과를 되삽니다.

4단계. 사과 되돌려주기 : 공매도 세력은 50 원주고 산 사과를 농부에게 되돌려주고 약간(정말 약간)의 수수수료를 줍니다. 남은 50원을 챙깁니다. 놀랍지 않나요? 농사도 안 짓고 돈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피해자는 누굴까요? 멍청하게 사과를 빌려준 농부와 시장에서 정직하게 사과를 사고 판 모든 이들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신다면 HTS상의 주식대여 동의 창에서 반드시 동의 체크를 끄시기 바랍니다. 자기 발등 찍는 일입니다.


이 비유에서 사과가 바로 주식, 통화 등 투자자산입니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도 않는 주식 등을 빌려 팔고 가격을 추락시킴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온갖 술수를 써 이득을 취해 교란시킵니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죠. 호재 공시도 안 먹히고 좋은 실적도 안 먹힙니다. 공포를 먹고사는 괴물 공매도 세력의 힘은 '영란은행 파산'사건처럼 한나라의 국책은행도 파산시킬 정도입니다. 이런 투자를 즐겨하는 공격적 투자집단을 '헷지 펀드'라 부릅니다. 특히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공매도'는 제도적 미비함과 온갖 편법이 창궐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정말 이 부분은 자세히 공부하셔야 합니다. 뒤에 이 부분만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뱅크 런 : 지금이라도 도망쳐! 망하게 생긴 은행에 돈을 넣어둘 사람은 없겠죠. 신흥국이나 경제 구조가 취약한 국가가 디폴트(부도)에 이르면 흔히 일어납니다. 그래서 국가가 개입해 예금 인출을 막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급정지'라 합니다.


실업률 26% :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6%에 이르면 심각, 9%만 되어도 거의 재앙 수준이라 보면 됩니다. 26%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상태입니다. 실업률은 소비위축과 직결되어 기업의 실적을 하락시키고 투자감소, 고용감소의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3% 이하라면 안정적으로 봅니다.


역사상 최저금리 : 금리 조절 만으로 경기를 다룰 수 있다는 맹신이 낳은 비극이 또 반복될까요.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기 후퇴를 우려, 미국 건국 이래 최저인 '제로 금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주가 폭등, 주택지수 폭등입니다. 이제 대공황 직전처럼 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올리고 있습니다. 그땐 몰라서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그냥 '고통을 감수하라'며 뻔뻔한 태도룰 보이는 FOMC는 더 이상 경제의 중심기관이 아닌 기득권과 금융 카르텔의 하수인에 불과해 보입니다.


폭락과 폭등도 한 쌍이다 : '역발상'이라 합니다. 단, 섣부른 일반화는 미리 경계합니다. 대부분의 슈퍼리치들은 경제공황, 위기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때가 자산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때 돈이 없다는 점이죠. 따라서 경기 침체가 예상될 때는 반드시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바닥의 공포에서 매수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 만이 투자에 성공하는 길입니다. 워런 버핏의 오늘도 대공황이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또 누군가에겐 투자의 기회였다는 말이 됩니다. 이 글을 읽고 그 인사이트를 찾길 바랍니다.


- 계속 : 좋아요와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정말요.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본 채널의 내용과 제작된 그래픽 이미지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전 01화 <빅쇼트>대해부 : 모든 막장에는 이유가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