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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Jan 31. 2023

<빅쇼트>대해부 : 될놈될? 역대급 반전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빅쇼트> 대 해부, 오늘도 차분히 한 발자국 나아가 보시죠. 1929년, 전 세계에 대규모 경기침체를 안겨준 대공황의 주범 미국은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미국 사회와 경제 시스템은 오히려 큰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상당한 수준의 이론적, 제도적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역시 '될놈될'일까요?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존 메이너드 케인즈 -




결정적 순간 03

뉴딜(New Deal)과 2차 세계대전


대공황의 여파가 극에 달한 1932년, 미국인들은 전 뉴욕 주지사 프랭클린 D. 루즈벨트를 32대 대통령으로 선택합니다. 이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는 대공황 극복을 위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딜(New Deal)’정책을 시행합니다. 뉴딜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각에서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정책입니다. 이전의 고전경제학자(자유주의자 혹은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고삐 풀린 시장은 점점 광기를 부리고, 거품을 물며 스스로 붕괴하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생산, 소비, 투자 등에 정부가 제도적 개입을 해야 한다. 또한 자본가들과 기득권의 지나친 이익 독점을 제한해야 한다. 이익에 비례하는 세금을 매기고 이를 정부의 재원으로 적극 풀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제정책 수립 방향을 국민의 총소득과 소비력, 총통화의 흐름으로 크게 보는 것, 바로 '거시경제(巨視經濟)'*적 관점입니다.



진격의 루즈벨트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정책을 수행할 수많은 정부부처를 만들고 강력한 개혁을 밀어붙입니다. 정부의 돈을 풀어 댐, 도로, 철도, 항만, 통신, 전기, 수자원 등 사회기반 시설을 짓습니다. 이를 '사회간접자본(SOC : Social Overhead Capital)'이라 합니다. 대표적으로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ennessee Valley Authority)를 설립, 낙후된 미국 남부에 전기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이 소비로 이어져 다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였습니다. 또한 과잉생산된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고, 생산량 조절로 안정화를 꾀했으며, 과감한 조세제도와 강력한 규제로 시장에 적극 개입하였습니다.


당시 테네시 유역 개발 공사현장의 모습 ⓒ Public Domain


그러나 1933년~1935년에 시행된 1차 뉴딜은 보수파의 공격을 받습니다. 다수당이였던 공화당의 거센 반발과, 사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위헌판결 등이 이어집니다.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기득권의 편에 서서 반 루즈벨트로 돌아서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진격의 루즈벨트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1935년 ~ 1938년에 이르는 제2차 뉴딜에서는 아예 공공사업진흥국(Social Overhead Capital)을 만들어 병원, 다리, 공원까지 공공사업을 확대하고 나아가 연극, 미술, 음악 등 예술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한때는 무려 330만 명의 실업자가 일자리를 갖습니다. 이들 중에는 기술이 없는 사람, 여성 등 취약계층들이 매우 많아 그야말로 혼수상태의 미국 경제는 극적인 회복기를 맞게 됩니다.


게다가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최초로 보장하고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을 통한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합니다. 놀랍습니다. 오늘날 선진국가의 모습을 다 갖춘 혁신적인 법들을 그 시대에 만들어 버린 거죠. 미국경제는 드디어 대공황 이전의 수준까지 회복됩니다. 그렇지만 뒷심이 부족했습니다. 아주 충분한 재정지출까지는 루즈벨트도 한계를 보였습니다. 때문에 보수주의자에게는 너무 나갔다, 진보주의자에게는 너무 소극적이라며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습니다. 1937년부터 미국경제의 회복세는 꺾이고 경기는 다시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2차세계 대전이라는 기회


그런데 말입니다... 신은 정녕 미국만 사랑하는 것일까요?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지구촌에는 최악의 비극, 미국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합니다. 뉴딜이 맞고 틀리고는 당장에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한 군수물자 수출로 완전히 공황을 극복해 버립니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도, 2차 세계대전도 전쟁 초기에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본토에서 일어난 전쟁도 아니었고 오히려 전쟁 물자 생산ㆍ지원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2차 세계대전도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카미카제 특공대가 하와이 진주만에 육탄돌격 한 뒤에야 참전하게 됩니다. 두 차례에 걸친 인류의 비극은 미국에게 엄청난 부와 함께 오늘날의 국제적 위상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어느 도시 ⓒ Public Domain
2차 세계 대전 중 물자를 생산 중인 미국 노동자 ⓒ Public Domain


1차에 이어 2차 세계대전 마저 승전한 미국에는 전 세계가 보유한 금의 2/3가 넘게 쌓이게 됩니다. 당시 유럽 각국은 ‘금본위제(Gold Standard)'*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교환수단으로 사용되던 금이 현대적 화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치기준을 금으로 한 것이죠. 그런데 최다 금 보유국이자 최대 경제 대국이었던 영국이 1, 2차 세계 대전을 치르는 동안 전쟁자금으로 가진 금 보다 더 많은 파운드화를 발행해 써버렸습니다. 이에 각국 은행들은 신뢰를 잃은 영국 파운드화를 금으로 바꾸어 안전한 나라 미국으로 옮기고 달러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전쟁에 휩싸인 유럽 각국은 전쟁 자금을 더 찍어 내느라 아예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맙니다. 이는 자국 화폐가 기준도 없는 듣보잡이 되는 것을 감수한 것입니다.



브래튼우즈협정


연임에 성공한 루즈벨트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미국은 1945년 원폭투하로 일본을 끝장내기 전,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이미 승전이 확실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때 미국은 전 세계 경제 관료들을 뉴햄프셔주 브래튼우즈의 한 호텔로 모읍니다. 미국은 여기서 '달러가 필요하면 금을 가져오라'는 '달러중심 금본위제'시행을 주창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브래튼우즈협정'입니다. 미국은 금 보유량과 달러의 발행량의 비율을 35 달러 = 금 1 온스로 (일방적으로) 정했습니다. 유럽 각국은 눈물을 머금고 자국화폐의 추락을 인정해야 했고, 돌려받아야 금도 비율만큼 포기해야 했습니다. 미국, 엄청난 외교력과 제도로 이런 거 참 잘합니다.


미국 달러의 역사를 바꾼 장소. 브래튼우즈 마운틴 워싱턴 호텔 ⓒ Public Domain


전쟁 중에 유럽국가들이 전쟁비용 때문에 포기한 금본위제는 미국에서 다시 부활하였고 달러는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기축통화란 모든 화폐의 기준이 되는 화폐라는 뜻입니다. 자기 나라 돈을 달러로 바꿔야 무역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환율 역시 달러를 기준으로 정해지니 모두에게 달러는 중요해졌습니다. 미국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한 방이 된 브래튼우즈협정은 세계경제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순간이며 미국이 대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부흥의 길을 걷게 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이후 미국은 전 세계 금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세계최대 부자 나라가 됩니다.




✲ 거시경제 : 영국의 재무장관이자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자본주의의 근본을 바꾼 저서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 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936>에서 주장한 것으로 경제를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경제를 생산, 유통, 가격 등 미시적(微視的) 현상이 아닌 국민의 총소득, 통화량, 저축과 소비등 큰 흐름의 총량인 '총수요'로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밀한 데이터와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합니다. 경기변동에 대응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실업률, 고용률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과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 - 1946) ⓒ Public Domain


금본위제 : 전통적 화폐로 쓰였던 금이 현대적 통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화폐의 발행량을 실존하는 금의 총량과 맞춘 제도입니다. 그렇지 않고 마구 지폐만 찍어대면 가치가 떨어져 물가는 폭등하고 휴지조각이 될 테니까요. 그러나 오늘날 오일-달러체제를 위해 금본위제는 오래전 아예 사라졌고 금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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