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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Jun 02. 2023

[돈] '식코'를 몰라요? 클나요.

스멀스멀 피어나는 의료민영화의 음모



지금 당장 보세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걸작 다큐멘터리 <식코, Sicko 2007>. 안 보신 분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이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적어도 이 나라의 책임 있는 어른이라면, 자녀의 건강한 미래가 걱정이 되신다면 바로, 지금 보시라. 제 글 안 읽으셔도 된다.


ⓒ IMDb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미국에서 사고로 절단된 손가락들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보험지급을 거절할수록 승진하고 보너스를 받는다?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고 보험과 연결된 병원으로 이동하느라 엠뷸런스 안에서 숨을 거둔다? 비싼 의료비를 감당 못하는 미국인들이 쿠바로 배를 타고 넘어가거나 캐나다 국경을 넘어 불법 진료를 받는다?


ⓒ IMDb


식코는 지옥 같은 미국의 민영화의료보험과 의료체계를 용감히 고발한 영화다. 이것을 정치적 편향이나 이데올로기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면 자유니 그렇게 하시라. 그러나 후회하실지도 모른다. 먼 미래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 오해의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식코>를 일단 보시고 판단하셨으면 한다.


ⓒ IMDb


의료시스템은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공공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의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제도란 존재하지 않고, 우리 의료보험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의료보험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당연지정제'가 있다. 이는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대상으로 놓음으로써 영리적 유불리를 이유로 환자에게 치료거부를 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이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먹힌다


그런데 일부 시장주의자들이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보편적 혜택'이기도 하다. 이들은 세상을 무한 경쟁의 구도로 보고 무능한자는 가난하고 아프고 빨리 죽게 내버려 두고 능력 있는 자가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들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이들은 힘없는 저소득층이 아니다. 말 많은 중산층이다. 그래서 그들을 약탈적 대출로 빚더미에 앉히고 극심한 양극화를 추구한다. 그래야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별복지'를 통해 혜택을 줄이고 대부분의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한다. 그 명분은 이데올로기와 세금이다. 너무 잘 먹히기 때문이다.


보편 복지는 '사회주의'적 불온한 발상이고 인기영합을 위한 '포퓰리즘'이다.


이 치트키 문장이면 된다. 사회주의? 무서워! 이건 미국에서도 너무 잘 먹혀 전 클린턴 대통령의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추진했던 '전 국민의료보험'에 제동을 걸었고 의료계의 막대한 금전살포 로비는 그녀 역시 입을 닫게 만든다. 역시 미국 국민은 지금도 스스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항상 속는

뻔한 거짓말


잊을만하면 나오는 공기업과 전 국민의료보험같은.제도의 운영실태를 지적하는 '방만경영', '누적적자' 주장. 물론 방만경영은 바로잡아야 하고 누적적자는 국민세금이 들어가니 줄여야 맞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이 민간기업의 손아귀에 넘겨주는 거라는 해괴한 수작에 수많은 나라의 무지한 국민들이 속았다.


다큐를 보고 나면 이 사람의 뺨을 때리고 싶어 질 겁니다. ⓒ IMDb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뛰어난 리더를 앉히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철저한 감사로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주의자의 논리는 민간을 경쟁자로 참여시킴으로 경영혁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여기업에게 수많은 혜택을 퍼준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의 조직의 치열함과 기민함을 따라가는 건 어느 나라 공공조직도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게 공공서비스는 점점 낙후되고 경쟁력을 잃고 폐지되고 사라진다. 그럼 민간들만 남는다. 이들이 발톱을 드러내는건 이때부터다. 민간기업 A가 그동안 손실이 컸다며 갑자기 요금을 올린다. '현실화'라는 단어를 쓴다. 정부는 아마도 A 말고 저렴한 B를 이용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웃기지 마시라 곧 B도 '왜 나만?'이라며 요금을 올린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안이 없다. 그냥 당한다.


이미 확보된 필수재 시장(잡은 물고기) 안에서 민간이 서로 경쟁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아담 스미스 시절의 헛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믿는다는 게 도리어 믿기지 않는다. 자본의 속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느라 온종일 무엇인가에 정신이 팔린 사이, 내 삶의 근간을 받쳐주던 보이지 않는 영역이 누군가의 탐욕에 잠식당할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살펴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뉴스 뒤의 진실을 읽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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