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서
1980년대 방배동 카페골목은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핫하고 힙한 동네였다.
이수교에서 사당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큰 도로의 이면에 자리 잡은 일종의 해방구였다.
압구정동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방배동 카페골목은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80년대는 나의 대학, 대학원 시기를 관통하는 시간이고, 방배동은 등하교를 위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구반포에서 바로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그 당시의 시공간은 내 앞에 방배동을 펼쳐 놓았다.
나는 내 삶의 한복판이 방배동에서 펼쳐지는게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대학 동기인 승호와 함께 시집을 내기로 하고 제일 먼저 방배동을 담아내고 싶었다.
방배동이 가지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하나도 더하지도 배지도 않고
고스란히 내 눈에 담긴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각시가 되어 우리의 시빚에 담기게 되었다.
그때 만들었던 시집은 판형의 한계로 방배동 골목을 두 페이지에 걸쳐서 나눠야만 했었다.
그렇게 두 페이지로 나눠져 원래의 의도가 빛바랬던 것을 오늘에야 바로잡아 본다.
당시 그랬던 것처럼 굴목 하나를 두고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나의 추억들을 다시 줄 세워 본다.
이미 그런 낭만은 닳아 없어졌을 것 같은 분들을 위해, 거칠었던 80년대의 추억을 소환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힙한 이름들을 추앙합니다.
특히 "월화수목금토일"에서 있었던 수많은 추억과 날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도 지어 봅니다.
오늘 마음속 깊게 묻어 두었던 추억 한 컷씩 방생시켜 보시면 어떨까요.^^
* 이 시는 1987년 박승호와 함께 제작하였던 "유고시편"에 수록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