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왜 버킷리스트가 없지?’
며칠 후,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버킷리스트 있어?”
“버킷리스트? 음... 없는데... 아니, 사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그럼, 지금 생각해 봐.” 친구가 재촉했다.
몇 분 동안 생각을 해 봤지만, 나는 여전히 버킷리스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난 없어.”
친구는 이상한 듯 물었다.
“넌 왜 버킷리스트도 없어? 다들 있는 거 아니야?”
진정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버킷리스트가 있어야 한다는 듯 말하는 친구의 말에, 나도 그때부터 궁금해졌다. 친구는 버킷리스트에 뭐가 있을까?
“너 버킷리스트 뭐 있어?”
친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아마도 본인도 버킷리스트가 아직 없다는 사실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했다.
“나도 아직 없어. 근데 이제 만들 거야.”
자기도 없으면서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듯 말하는 친구가 순간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있다는 그 ‘버킷리스트’가 우리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왠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졌다. 급히 뭔가 버킷리스트에 넣을 만한 것들을 떠올려보려 했다.
그때 친구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야, 나도 이제 버킷리스트가 생겼어.”
내심 궁금한 나는 물었다.
“뭔데?”
친구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했다.
“버킷리스트 막 얘기해도 되는 거 아니야? 그럼 안 이루어지는 거 아니야?”
그렇게 실실 웃으며 말하는 친구를 보고, 내가 같은 질문을 다시 물어보지 않을 거란 걸 알았는지, 급히 말을 이었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아보는 거, 어때? 그게 내 버킷리스트야.”
친구는 자신이 만든 리스트가 얼마나 멋진지 내 반응을 살피는 눈빛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친구는 그 순간부터 조금씩 조급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가 되어버린 듯했다.
이후로 친구는 다른 나라에서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곤 했다.
그만큼 간절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