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네가 아니어도 돼
친구는 몇 년 동안 여름과 겨울마다 단기 알바를 해왔다. 일이 힘들긴 해도 기간이 짧고, 페이도 괜찮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도 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친구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 사람들을 위해선 해야지.”
하지만 일을 하는 내내 친구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괴로움을 나에게 끊임없이 털어놨다.
“다음엔 절대 안 해,”라고 말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듯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친구는 또다시 같은 고민을 안고 나를 찾아왔다.
“아직도 할지 말지 모르겠어. 근데 사람이 없대.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말했다.
“일찍만 말하면 그쪽에서도 사람 구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 해도 돼.”
하지만 친구는 끝내 그만두겠다는 말도, 하겠다는 결정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친구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한다고. 진짜 하기 싫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하지만, 네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야. 그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야.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그 일을 선택해 온 건, 결국 네가 원했기 때문이야.”
친구는 영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내 선택이라고?”
“응.”
“난 하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건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하기로 한 것도 네 선택이야. 진짜 하기 싫다면, 안 해도 돼.”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더니,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아마 내가 친구의 ‘희생’을 ‘선택’이라는 말로 바꿔버린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한다는 말로, 자신을 속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을 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걸.
받아들이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