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생각하며 버스 안에서 쓴 기록
유독 날이 좋았다.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시고 버스를 탔다.
앉은 자리에 햇살이 쏟아졌다.
선글라스를 쓰고 창밖을 바라봤다. 평화롭고 화창한 날씨, 바쁘거나 여유로운 사람들. 세상은 여느 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콧등이 축축해졌다.
그리고 그 축축함이 입술에 닿자, 짠맛이 났다.
내가 울고 있었다.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입가를 닦았다.
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면서, 내가 앉은 자리는 그늘이 졌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쓰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창밖을 응시했다.
아무도 내가 울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한 번 열린 눈물 꼭지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왼쪽 뺨을 타고 흘러, 목선으로 내려가는 동안 눈물은 점점 차가워졌다.
눈물이 나면, 왜 콧물도 따라 나오는 걸까?
티슈 하나로 눈물, 콧물을 닦다 보니 휴지는 금세 축축하게 젖었다.
정류장을 확인했다.
복받치는 감정이 이제는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다행히, 다음 정거장이었다.
서 있던 사람들이 나를 힐끗힐끗 보기 시작했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내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 가자.”
참을 수 없을 만큼 북받쳐 올라온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남편이 차분하게,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아.”
남편은 안심한 듯,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난 또 무슨 큰일 있는 줄 알았잖아. 엄마는 괜찮아. 수술도 잘 끝났다고 했고, 회복만 하면 괜찮아.”
“지금 가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 12월에 가면 그때 시간 많이 보내고 오자.”
그 말, 사실 다 맞는다.
지금 당장 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알아. 근데... 어머니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아. 그냥... 꼭 그래야 할 것 같아.”
울음이 살짝 멎나 싶더니, 다시 터져 나왔다.
남편은 계속 나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나 방금 점심도 맛있게 먹었어.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엄마가 수술을 받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까지 다독이고 있는 남편.
나는 또 왜 이렇게…
한숨이 깊게 나왔다.
⸻
남편과 나는 어린 시절에 만났다.
그 덕분에 시어머니를 일찍부터 알고 지냈고, 그래서인지 우리 사이에는 추억이 많다.
처음부터 잘 맞았던 건 아니다.
서로 서운하고, 미워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낳아준 분이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서로 노력하다 보니, 우리는 함께 여행을 가고,
둘이서 주막에 가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수술을 받았다는 현실.
그게 이제야 실감이 났다. 그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
버스 안, 창밖을 바라보며 떠오른 어머니의 얼굴들.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는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