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는 말에 친구가 발끈하며 말했다.
"너 매운 음식 좋아하잖아."
나도 모르게 덩달아 발끈하며 대답했다.
"어, 좋아해. 하지만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친구가 다시 되물었다.
"그러니까, 넌 매운 음식을 좋아하잖아. 근데 왜 먹고 싶지 않은 건데."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여러 사람들한테 말했다.
그 말이 언제나, 몸이 아플 때도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변함없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의미여야 한다는 걸 친구의 반응을 보고 깨달았다.
사실 오늘 매운 음식을 먹고 싶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쯤은 금방 댈 수 있다.
어제 매운 라면을 먹고 자서 아침에 배가 아팠고,
조금 전에 빈속에 커피를 마셔 위가 쓰렸고,
날씨가 더워서 매운 걸 먹고 땀 흘리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말하자면 끝도 없었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난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안 먹고 싶다고. 먹고 싶으면 네 거 그냥 따로 시켜."
친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최고로 매운 떡볶이를 주문하려다, 순한 맛 짜장 떡볶이를 선택하고는 다시 나를 쳐다봤다.
잠시 후, 친구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매운 음식 좋다고 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