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에 결혼해.”
친구의 말이 끝나자 질문들이 쏟아졌다.
“결혼식은 언제야?”
“어디서 해?”
“집은 구했어?”
“뭐 하는 사람이야?”
“만난 지는 얼마나 됐어?”
급기야 “자가야?”라는 말까지 나왔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이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컴컴한 방에 불을 켰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 한 캔을 꺼내 땄다.
선 채로 두 모금, 시원하게 넘겼다.
같은 시간을 분명 함께 살아왔는데,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친구의 결혼이 부러웠던 건 아니다.
그저 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생각이 마음을 서서히 후벼 팠다.
마치 내 인생의 가치를
점수판 위에 올려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인생은 점수를 매길 수 없는 건데,
다른 사람에 비해 점수가 낮다고 느끼는 순간
상실감, 허무함, 공허함 같은 낯선 단어들이 마음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면,
어제 버스에 두고 내린 우산조차
‘나 같은 애라 그런 일만 생기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자책과 후회가 선을 넘을 것 같을 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바닥에 닿을 만큼 충분히 내려간 뒤,
있는 힘껏 바닥을 친다.
그 반동으로 다시 올라오는 수밖에 없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바닥을 칠 일이 종종 생긴다.
‘한 번도 바닥을 치지 않고 살겠다’는 결심 자체가 오히려 고통이다.
바닥을 두려워하지 말자.
바닥은 바닥일 뿐, 끝이 아니다.
치고 올라올 힘을 기르면 된다.
바닥을 겸허히 치자.
묵묵히 치자.
그리고 반드시 올라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