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속의 나는
딱 30cm 안에 갇혀 서 있다.
그 30cm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지로
간신히 버티는 공간이다.
할머니에게도, 임산부에게도,
어린아이에게조차
양보할 수 없는 30cm.
한 팔을 움직여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냈다 넣을 수 있는 공간,
지하철의 덜컥거림 속에서도
균형을 잡게 해 주는
발 반 폭의 최소한의 여유,
고개를 좌우로 돌려
혹시 더 나은 자리가 있는지
탐색하기 위해 필요한
아주 약간의 틈.
이 모든 것이
30cm 안에 들어 있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그 30cm를 위해
발걸음은 빨라지고
숨은 가빠진다.
핸드폰을 쥔 손바닥에는
잔잔한 긴장 속에서
미세한 땀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