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선물로 받은 난이 하나 있다.
꽃이 한창 피어 있던 난이었다.
어느덧 꽃은 모두 떨어지고 잎만 남았다.
일주일에 한 번쯤 물만 주며 그저 방치해 두었다.
화분이 작아져 집에 있던 양철통에 옮겨 담았고,
버릴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날이 쌀쌀해지더니 금세 겨울이 왔다.
어느 날 문득 난을 보았는데,
초록 줄기 하나가 빼꼼히 올라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롱대롱 꽃봉오리까지 맺혔다.
참 신기했다.
이미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꽃을 피울 줄은 몰랐다.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두었다.
꽃봉오리는 마치 새 생명 같았고,
나는 그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활짝 피었던 꽃들은 다시 모두 떨어졌다.
뿌리에서 길게 뻗은 줄기들은
양철통을 넘어 바닥에 닿을 만큼 늘어졌고,
초록빛 잎들은 하나둘 말라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은 계속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쪽에서 또 다른 새 줄기가 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거참,
그렇게 작년에도 이 난은 꽃을 피웠다.
이 난을 보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상태에서
다시 생명이 피어나는 모습.
이제는 정말 버려야겠다 싶을 때마다
보란 듯이 꽃을 피워 보였다.
내 삶에서도
‘이제 정말 끝이다’, ‘당장 버려야 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시간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늦춰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