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형석 Mar 02. 2020

KCO의 장대한 첫 발걸음

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 첫 번째 공연


KCO /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 I


2019년 12월 28일(토) 17:00~19:1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층 E블럭 4열 6번 / B석 7,000원(골드회원 3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교향곡 제1번 E♭장조 K.16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교향곡 제11번 D장조 K.84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교향곡 제21번 A장조 K.134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장조 K.216

     - 윤소영(Vn)

인터미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교향곡 제31번 D장조 K.297 파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


랄프 고토니(Cond), KCO


일정상 올해의 마지막 관람 공연은 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의 오프닝 무대였다. 난 지금까지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41번 주피터가 마지막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시리즈의 안내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46번까지 있다는 것이다. 왜 난 그동안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41곡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었을까를 유추해 보니 아마도 흔히 39번부터 41번까지를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굳어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41번 이후의 교향곡은 실제 무대에서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차제에 최은규의 <교향곡>이라는 책을 찾아 보니 그 책에는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모두 52곡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 책에는 뜻밖의 내용도 나와 있었는데, 이날 연주된 11번을 비롯하여 2번과 3번은 모차르트의 곡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같은 책 97쪽) 더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 상세한 것은 알 수 없었으나 이 책이 출간된 해가 2017년이니 아마 당시까지 학계의 연구 내용을 조사하여 수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KCO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46곡이라고 설정해 놓았으니 이것은 아마 학자마다 의견이 달라 아직까지 정설로 확정된 것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날 판매된 프로그램북을 보면 42~46번 교향곡의 쾨헬 번호가 76~91번으로 41번 교향곡의 K.551보다 훨씬 앞 번호였는데 이는 처음엔 교향곡으로 인정 받지 못했던 곡들이 후대 학자들에 의해 교향곡으로 추인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내가 알고 있던 41곡보다는 많은 것으로.


처가 식구들이 송년모임 겸 우리 동네에 와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우리집으로 와 다과를 하는 도중에 시간이 되어 나 혼자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 30분 전에 도착하여 티켓을 발권 받고 포토월을 찍으려고 보니 준비된 포토월이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나라 최초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여는 첫 공연인데 현수막 하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대신 포스터 사진으로 대신하는 걸로. 포스터 아래에 보니 이날 연주가 녹음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언론에서 이 시리즈 전체가 녹음되어 음반으로 발매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던 듯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홍 위원님이 소파에 앉아 계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렉처가 있다고 해서 공연 15분 전에 객석으로 들어갔다. 2열에 앉은 키 큰사람에게 콘트라바스 일부가 가릴 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으나 녹음 문제로 여기저기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좀 어지럽게 보였다.


공연 10분 전에 자신을 음악학자라고 소개한 유선옥님이 나와 이날 연주될 곡들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는데, 깊이 있으면서도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 주었다. 이 분의 설명인 즉, 이날 연주되는 교향곡들은 모두 작곡된 장소가 다르다고 한다. 1번은 런던, 11번은 이탈리아, 21번은 잘츠부르크, 31번은 파리, 그리고 40번은 빈이라고 하는데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제외한 나머지 장소들은 하나 같이 당대 유럽에서 음악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모차르트의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장소였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찻 번째 연주여행을 다니던 1764년, 여덟 살의 모차르트는 런던 첼시에서 1번 교향곡을 작곡하는데, 이 곡은 당시 유행하던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갤런트 양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한다. 유선옥님은 이날 전반부에 연주되는 21번 교향곡까지의 세 곡은 모차르트가 공부한 내용을, 그리고 후반부에 연주되는 31번부터의 두 곡은 모차르트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전반부에 연주되는 곡들은 모두 다른 작곡가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10대까지의 곡이라면 31번부터는 원숙한 20대 이후의 곡이라는 이야기였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해설자가 들어가자, 단원들이 나와서 자리를 잡고 이어 이번 시리즈의 지휘자 랄프 고토니(Cond)가 무대로 나왔다. 고토니는 포디움 없이 단원들과 높이가 같은 바닥에 서서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를 했다. 첫 곡은 모차르트가 여덟 살 대 작곡했다는 <교향곡 1번>이다. 이 곡은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래 전에 한 번 들어본 적이 있고 최근에는 지난해 서울시향이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40번, 41번을 연주했을 때 앵콜로 들려준 바 있어 처음은 아니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왜 모차르트가 천재인가를 바로 알 수 있는데, 여덟 살짜리가 이런 곡을 작곡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나름대로 짜임새 있고 주제도 확실하게 보여지는 작품이었다. 모차르트도 아마 멀리 동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자신보다 적게는 네 배에서 많게는 여덟 배까지도 많은 나이의 연주가들이 이 곡을 연주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어진 11번은 앞서 학자들이 모차르트의 곡이 아닐 것이라고 판정했다고 했는데, 사실 모차르트가 천재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열네 살짜리의 곡으로 보기에는 원숙미가 넘치는 곡이다. 하지만 그냥 음악만 놓고 듣는다면 모차르트의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이었다. 특히 1악장의 짤막한 동기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1번과 11번은 현 5부와 오보 2대에 호른 2대의 편성으로 연주했다. 이어진 21번 교향곡은 모차르트의 나이 열여섯에 자신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한 곡으로 모차르트의 초기 교향곡으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처음 등장한 플룻의 소리가 인상적인 1악장에서는 풍부하고 다양한 악상이 돋보였고 개인적으로는 3악장으로 미뉴엣 트리오 부분이 좋았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윤소영(Vn)의 협연으로 연주된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었다. 윤소영은 이날 3번에 이어 내년 1월 2일에 있는 시리즈의 두 번째 연주회에도 출연하여 3번과 쌍벽을 이루는 5번 협주곡을 연주하기로 되어 있는데, 아이보리색에 금색 장식이 달린, 몸에 꼭 맞는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윤소영은 비에냐브스키 콩쿨에서 1위를 한 이래 스위스의 명문 바젤 심포니의 악장으로 선임되어 화제를 모았었는데, 아마 지금은 바젤 심포니의 악장을 사임한 듯,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독주 활동 일정이 빽빽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멜로디가 귀에 익은 낯익은 곡임에도 윤소영의 연주로 들은 이 곡은 다소 낯설었다. 1악장의 카덴차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무척 길었고, 초반에 다소 무거운 톤의 음색이 모차르트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중에 윤소영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녀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이 과다니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소리가 좀 무겁게 들린 것 같았다. 사실 모차르트에는 그래도 음색이 화사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하지만 윤소영의 세밀한 연주는 곧바로 그녀의 연주에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아주 짧게 끊어서 연주해야 하는 부분도 매우 명료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다소 무거운 듯이 들리던 윤소영의 바이올린 소리도 나중에는 마치 모차르트의 원래 소리가 이렇다는 듯한 환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모처럼 참신한 연주를 들었다. 연주가 끝나고 많은 박수가 이어졌으나 윤소영은 세 번째 커튼콜 때에는 바이올린을 두고 나와서 인사를 하더니 김민 악장의 팔을 끌고 나갔다. 아마 내 생각에는 악장의 경험이 있는 윤소영이 하루에 다섯 곡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단원들이 자신의 앵콜곡 연주 때까지 무대에 있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앵콜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인터미션 때 하우스매니저를 만나기 위해 1층에 내려갔다가 트로이님을 뵈었는데, 나에게 부천 필하모닉 제1바이올린의 유효정 제2수석을 소개해 주셨다. 이 분은 이전에는 충남교향악단에 근무하시다가 1년 전인가 부천 필하모닉으로 옮기셨다고 한다. 부천 필하모닉의 서울 연주는 빼놓지 않고 보는 관객이라고 말하고 좋은 연주 늘 잘 듣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주 부탁드린다고 말하고는 이날의 근무하는 하우스 매니저를 찾았다. 올해 하우스매니저를 맡아 내가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매니저였는데, 롯데처럼 예술의전당도 이제는 1부 종료 후 협연자의 사진을 찍고자 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수용해 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건네니 자신들도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1부 커튼콜 때 사진을 찍는다고 2부 음악회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도 아니니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다시 객석으로 들어갔다.


2부에는 31번과 40번 두 곡이 연주된다. 1부에서 연주되었던 곡들과 달리 20분, 30분씩 걸리는 본격적인 교향곡이었다. 31번은 이날 연주되는 곡 가운데 가장 악단 규모가 큰 곡이었다. 네 가지의 목관악기와 호른과 트럼펫, 그리고 팀파니로 구성된 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 이 곡은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불화로 떠난 모차르트의 두 번째 파리 방문 때 작곡된 곡으로 그가 스물두 살이 되던 1778년의 일이다. 이 곡은 그의 교향곡에 클라리넷이 처음으로 포함되어 정규 2관 편성으로 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그가 겪었던 고난과는 달리 경쾌하고 화려한 느낌이 나는 곡이었다. 모차르트는 파리를 방문하기 전 당시 오케스트라 활동이 가장 활발하던 만하임을 방문하여 만하임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한 표현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곡에도 그런 효과를 내고자 클라리넷을 도입했다고 하는데,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이라는 악기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기도 하지만 독주 부분이 거의 없어 실제 클라리넷의 활약이 그리 크지는 않은 듯 했다. 1부의 곡들에 비해 규모도 크고 내용도 다채로웠다.


2부의 마지막 곡은 그의 교향곡 가운데 단 두 곡 밖에 없다는 단조 교향곡인 40번이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가운데 내가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친숙하게 멜로디를 알고 있는 작품인데, 1악장의 주제는 이 곡을 들어보기 훨씬 전부터 불가리아 출신의 샹송 가수 실비 바르탕이 불렀던 'Caro Mozart'라는 곡의 멜로디로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곡은 보통 클라리넷이 들어있는 버전으로 연주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KCO는 클라리넷을 빼고 연주를 했다. 초연 때에는 클라리넷이 없었으나 3년 후에 살리에리의 지휘로 연주되었을 때에는 클라리넷이 편성되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날 KCO의 연주는 모차르트의 오리지널 판본에 의한 연주였다고 할 수 있다. 1악장에서는 한숨의 동기라고 불리는 제1주제가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데 고토니는 이 부분을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도록 잘 컨트롤 해서 연주를 했다. 흔히 이 1악장의 템포를 느리게 잡으면 이 한숨의 동기가 감상적인 분위기가 짙어져 곡 전체가 우울하게 들리게 되는데, 고토니는 템포를 잘 조절하여 감상적이되 그것이 지나치지 않도록 했고 그런 분위기가 4악장까지 이어졌다. KCO는 보통의 연주회에 비해 다소 규모가 크게 연주를 했으나 현의 편성을 12-10-8-6-4의 규모로 하여 우리나라의 메이저 오케스트라에 비해서는 가벼운 몸집으로 모차르트에 잘 어울리는 밝고 가벼운 느낌을 잘 구현해 주었다.


하루에 무려 다섯 곡의 교향곡과 한 곡의 협주곡을 소화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 KCO는 매 곡마다 깔끔하고 산뜻한 연주를 들려주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었다. 앞으로 아홉 번 남은 대장정 동안 매번 거의 네 곡 내지는 다섯 곡의 교향곡과 한 곡의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지난한 일정이지만 잘 소화해서 한국 음악사에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요엘 레비의 마지막 공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