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어묵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맛있는 과자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궁금해서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1. 사각 어묵 몇 장을 먹기 좋게 자르고
2. 레인지용 접시 위에 기름종이를 깔고
3. 그 위에 자른 어묵을 겹치지 않게 펼쳐서
4. 레인지에 2~3분 돌린 후 어묵을 뒤집어
5. 반대편도 레인지에 2~3분 더 돌리면 끝!
* 주의: 한쪽 면을 오래 돌리면 탈 수가 있음.
미니 오븐도 에어프라이어도 없는 나로서는 이토록 간단하고 직관적인 레시피를 따라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묵의 브랜드, 조각낼 크기, 레인지 사용 시간보다 내가 가장 신경 쓰인 것은 바로 저 주의사항! 까맣게 탄 후기들을 블로그에서 익히 보았기 때문이다. 양쪽 면을 적당한 타이밍에 뒤집어서 타지 않게 잘 익혀 먹어야징~
레시피 그대로 따라했는데 나는 똥손이었나
일단 탄 데는 없으니 미션 성공! ㅋㅋㅋ
그런데... 이것을 과자라 말할 수 있는가?
그냥 반건조 어묵 같은데?..
수분을 날린 어묵 조각의 맛은 간을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짭조름하고 질겼다. 육십 번을 씹어도 잘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튿날까지 남아있는 어묵 과자는 더욱더 눅눅해져 있었다. 이대로는 내 임플란트 치아가 깨질지도 모르겠다고 우려될 만큼.
나는 까맣게 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레인지에 조금 더 돌려 보기로 했다.
어묵 과자 2차 가공. 여기가 마지노선.
아! 이것이 어묵 과자의 완성본이었을 텐데.
태우는 게 싫다고 덜 익힌 상태로 마감을 쳤구나...
수분을 완전히 날린 어묵은 스스로 부풀어 올라 바삭바삭한 과자의 식감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어제보다 몇 곱절 더 맛있다.
그러니까 나는... 소고기도 아닌데 어묵 과자를
미디엄도 아니고 레어로 익혀 먹었던 셈이다.
실패를 싫어하는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많은 것을 배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태우기 직전까지 가 봐야만,
썩기 직전까지 숙성을 시켜 봐야지만
뒤집는 타이밍과 최고의 맛을 발견할 수 있을 터.
나는 좀 더 과감하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말아먹고 욕먹고 실패하고 다치더라도...
에필로그
그렇다고 진짜로 태워먹은 소시지.
달 사장 메뉴 먹어보고 맛있어서 따라 했는데 폭망.
약은 약사에게 도이치부어스트는 달 사장 주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