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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양부인 Mar 10. 2020

요즘 시대의 어린이 전집을  구경하다가

니즈 발굴은 끝없이 발전한다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전집이 있었다. 나는 엄마랑 서점을 가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좁은 집에도 책장 가득 전집이 꽂혀 있던 게 생각나는 걸 보면 우리 집도 교육열이 있기는 했었나 보다.



만화로 보는 한국사 40여 권 (고인돌과 고조선 이후로 진도가 안 나감)

만화로 보는 세계사 30여 권 (스토리 전개와 학습내용 사이의 이질감이 커서 거의 안 봄)

과학전집 30여 권 (3D 그림이 조금만 덜 징그러웠어도 내가 문과로는 안 왔을 텐데...)

월트 디즈니 어린이 세계명작동화 60여 권(색감이 예뻐서 다 컸는데도 종종 봄)

조선왕조실록 몇 권(이게 우리 집에 왜...?)



특히 역사 만화책은 재미도 없고 공부도움되지 않았으므로 읽을 명분이 없었다. 만화로 역사를 풀어논다고 흥미가 생기지는 않는 모양이다. 디즈니 동화를 빼곤 각종 전집들은 A급 상태의 새 책으로 보관되었다. 책장 유리문 잘 열지 않아서 먼지조차 거의 쌓이지 않았을 만큼.






유아교육출판 기업의 1차 면접을 본지 열흘만에 연락이 왔다. 면접 때도 과제에 대한 언급을 중간중간 듣기는 했다. 네 번 이상은 강조한 것 같다. 대표님이 방침을 그렇게 잡으셨다고, 인재 등용에 조예가 깊은 분이시라며, 홍보 마케터 채용은 과제를 꼭 받으라고 요청하시더라고... 하여 과제를 중시하는 기업라고는 충분히 알지만 열흘이나 지나서 요청해올 줄은 몰랐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집 신간 도서 샘플을 퀵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알겠다고 답해버렸다. 면접 당일에도 회사의 제품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실물이 궁금했던 것이다. 도둑놈 심보로다가 '40여 권 한 세트를 샘플로 받으면 어디다 둬야 하나' 잠시 복한 고민에 빠져보도 했. 러다 현실감을 찾고 단 몇 권이 와도 좋으니 요즘 아이들전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라도 해봐야지 싶었다.  전집 도서를 굳이 내 돈 주고 사서 읽힐 어린이가 아직 우리 집에는 없.



도착한 퀵 배송은 너무나 가벼웠다. 유아용 도서 샘플 두 권과 전집 브랜드를 소개하는 약간의 홍보물을 받았다.  간단함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드디어 동화 내용과 그림을 영접하게 되었다. 종이가 좀 두꺼울 줄 알았는데 종이와 책 모두 얇은 편이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수학 동화였다는 것. 요즘 아이들은 수학도 전집으로 접하는 세대인 건가? 너희들, 뭔가 부럽다.



취학 전의 내 기억으로는 우리 오빠가 "귀신이 세 마리 있었는데 옆집에서 다섯 마리가 더 놀러 왔어. 그럼 우리 집 귀신은 모두 몇이야?"(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집중이 더 잘 된다며 사과도 귤도 아닌 굳이 귀신 문제를 출제하신 우리 형제님)라는 식의 스토리텔링 수학 문제를 즉석에서 제시하며 남매끼리 셈 공부를 했던 게 전부인데... ㅋㅋㅋㅋ



홍보물을 보면서 생소했던 수학 전집에 조금씩 수긍이 다. 수량과 셈, 규칙과 분류, 관찰과 비교, 위치와 방향 구분, 탐구와 참여 등 다양한 수학 개념이 그림책으로 재미있게 읽히도록 전집을 구성했다. 내가 슬하에 아이가 있고 엄마로서 욕심있다면 창의력과 수학적 감성을 깨워주겠다면서 나도 지갑을 열었을 테지. 훌륭한 매개체가 있으면 아무래도 자녀를 지도하는 데 참고할 수도 있고, 아이와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수학을 익히기에도 수월해질 테니까.



확실히 벽에 브로마이드 하나 붙여 놓는 것보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수학 전집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날로그 감성인 건지 그냥 옛날 사람인 건지 은, 독서보다는 이빨로 익히는 게 좋은 것인지... 다시 아동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동화책 대신 손가락 접어가면서 오빠하고 하는 토리텔링 수학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수학 동화책 삽화보다 디즈니 그림이 더 내 취향인 것도 사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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