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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양부인 Mar 12. 2020

면접자도 회사를 평가한다.

미팅 매너에 대한 을의 꿈틀거림

나는 채용 면접도 비즈니스 미팅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면접관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고, 그들의 분위기와 태도에 따라 기업의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면접도 크게 보면 외부인과 마주하는  고객 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래서 사 사무실 미팅 가는 것처럼 기분이 들떠있는 면접도 있다. 한여름 한겨울에도 나는  외근 나갈 미팅생기면 좋아했다. 다른 사무실은 어떤지 구경할 수도 있고 회사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특징을 발견하는 것 꽤 재미있었.




신축 건물 사옥이라서 깨끗하고 쾌적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북카페 스타일의 로비, 바리스타가 상주할 듯한 탕비실 바, 높은 천장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개인 공간이 넓게 배치된 사무실, 무엇보다도 지천에 맛집들이 널려있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심가에 위치해있다는 점. 여직원들이 매우 만족스러워할 근무환경이었다.



면접관 역시 젠틀했다. 명함을 통해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 인사를 충분히 나눈 후 면접자를 대하는 모든 예우에서 비즈니스 매너를 잘 갖춘 스마트한 집단임을 수 있었다. 면접 질문 역시 '불필요한 궁금증에 의한 선을 넘는 막말'을 던지는 일이 없었다. 이력서에서 눈에 띄는 항목을 의미나 목적 없이 즉흥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를 충분히 숙지한 면접관들이 채점 항목과 기준에 근거하여 조직에 잘 부합하는 인물인지를 판단하고 있었다. 당연한 면접 패턴인데도 이를 지키는 기업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면접 개인 취향부터 제품 구매 패턴, 자사 경쟁사, 시장에 대한 의견충분히 경청하고 기업경영에 참고하거나 반영할 만한 포인트가 있는지 발견하려는 고객 터뷰 가까 면접이었다.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시간이 되도록 면접을 리드하는 모습에서 뭔가 전문적이고 멋있는 생각 들 정도였다.  소중한 시간을 위해 더 완벽하게 준비해 가지 못한 내가 오히려 부끄럽고 미안해질 만큼.



존중과 신뢰가 가득한 면접이었음에도 나는 내심 자리가 불편했는데, 한 면접관의 스마트폰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질의에 대 응답 중인데 맞은편에 앉은 면접관 중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뭔가 검색고 있광경여러 번 목격했던 것이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버릇인지, 급한 일처리 때문인지, 개인적인 궁금함인지 알 수 없지만 답변 와중에 팩트체크를 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협력사 미팅이든 내부 회의든 비즈니스 모임에서 휴대폰 사용은 정말 시급한 경우가 아니면 지양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하물며 면접 자리라면 면접관이 폰으로 시간 체크만 해도 면접자에게는 압박일 수 있는데 실시간 검색이라니! 지금까지 느껴졌던 회사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신뢰가 한순간에 져버렸다.






사원 시절, 회사 대표님이 CI를 배지로 제작하여 직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외근이나 외부 미팅 시 재킷 위에 착용하라고 당부했던 게 생각다. 외근을 그렇게도 좋아했던 나였지만  정장에 구멍을 뚫어 착용하는 게 싫어 CI 배지는 서랍 구석에 고이 모셔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 대표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모든 언행과 사소한 태도에도 무게감과 영향력을 고려하며 자신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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