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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쿠키 만들기

에어프라이어로 홈메이드 쿠키를 구워보니

by 목양부인



모임에서 한 친구가 쿠키 만들기 믹스를

한 봉지씩 나눠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서 아이랑 만들려고 여러 개를 샀는데

막상 쿠키 색이 시커매서 싫어하더란다.

덕분에 나도 집에서 홈베이킹을 하게 됐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제품으로 아이랑 같이 반죽부터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고 빚으며

놀이처럼 재밌게 잘 먹었다는 후기가 많았.


아이 손을 타서인지 모양은 다 제각각.

이게 시루떡인가 빈대떡인가 싶은 쿠키도 봤다.

판엿처럼 쪼개 먹어야 하는 대형 쿠키도 있.


한참을 연구한 끝에 나도 도전 시작했다.

어른이니까 쟤들보단 더 예쁘게 빚어내야지!






일단 반죽을 했다.

냉장고에서 꺼내 땀 안 흘릴 만큼 기다린 계란,

60g 계량 없이 대충 200g 통 1/3을 푹 떠서 전자레인지로 30초쯤 돌려 녹여둔 버터,

그리고 친구가 준 코코아 색깔의 쿠키믹스.

거기에 심심하지 않게 아몬드도 칼로 쪼개어

두 주먹쯤 무심히 때려 넣었다.


고무 주걱으로 잘 섞으라는 레시피를 따라

나름 잘 저었는데 너무 푸석해 보였다. 우유라도

조금 들이붓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모양을 만들려고 손으로 반죽을 조물조물 뭉치자 거짓말처럼 윤기 흐르는 비주얼이 나왔다.

베이킹도 역시 손맛인가 하였다.





하트 모양 별 모양 틀이 없는 나는

으른 쿠키의 정갈고 능숙함을 뽐내기 위해

반죽을 밥처럼 뭉쳐서 칼로 썰기로 했다.

문득, 어렸을 때 오빠랑 초코파이를 손으로

점토처럼 빚어다가 냉동실에 삼십 분쯤 얼려서 꺼내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딱 그 느!


초코뭉탱이 초코떡 초코반죽 초코기둥 초코똥





똥기둥을 썰어보니 단면은 깔끔해 그럴싸했다.

문제는 너무나도 작은 우리 집 에어프라이어.

다섯 개 겨우 넣고 꼽사리로 작은 조각 하나 욱여넣었을 뿐인데 10분쯤 굽다 보니 반죽이 퍼지면서 자연스레 서로 달라 붙었다.

. 저렇게 생긴 빵을 빵집에서 봤는데......


누가 내 쿠키를 축구공 무늬로 빚었는가






한 개 뒤집어보니 조금 덜 구워진 것 같기도.

붙은걸 떼어내며 뒤집어서 5분 더 굽기로 했다.


그릴드 쿠키. 토치로 그을린 것 아님 주의.





탔다. 원래 까만 초코 쿠키라고 우기고 싶지만 아몬드까지 까맣다. 맛을 보니 쌉싸름하게 달다.

달고나 태운 부분의 맛이 는 것 같다.


나는 욕심을 내려놓고 딱 네 개씩만 굽기로 했다.

독립성은 유지되었지만 안 태우려고 시간을 줄였더니 뒤집어 구울 때 결국 절단이 난다.


그래, 잘린 걸 내놓을 수는 없으니 먹어버리자, 하여 절반은 먹어치운 것 같다. (698kcal)


잘린 조각은 그저 촉촉한 단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그렇게 쿠키를 네 개씩 네 번쯤은 구운 것 같다.

탄내의 온기가 집안 곳곳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쿠키 집 사장님들이 존경스러워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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